기고

[강원포럼]지방이양일괄법 제정 기대감

김남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 전문위원

마침내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람이 노력한 결과로 지방이양일괄법안의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

그동안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 현 정부의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지방자치에 발맞춰 국가사무를 지방사무로 이양하는 일을 해 왔다. 여전히 국가법령에서는 국가사무 이외에도 수많은 사무를 국가사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위 위원회에서는 실제로 2000년 이후 2012년까지 13년간 3,000여 개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을 확정했고, 이 가운데 64%에 달하는 2,000여 개의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36%에 달하는 1,000여 개의 사무는 그동안 법률이 개정되거나 사정에 변화가 생기는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중앙행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여전히 이양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방자치의 입장에서나 위원회의 존립과 관련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위 위원회가 없으면 아마도 국가사무가 지방으로 이전되는 일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위원회의 이양 확정 이후에도 미이양된 사무들을 대상으로 이를 일괄해 이양하도록 하는 내용의 '일괄법'의 제정이 시도된 바도 있었으나 국회에서는 국회 안에 일괄법의 내용을 심의할 위원회가 없다는 이유로 법안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또는 지방자치특별위원회를 설치는 했으나 동 위원회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매 정부에서 일괄법안은 계속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는 와중에 사정 변경, 관련 법령 제·개정, 법제처나 국회 이견 등의 사유로 미이양 사무의 수는 계속 줄었고, 결국에는 1,000여 개의 사무가 400여 개의 사무로 줄어드는 허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년여의 수많은 공무원과 민간전문가가 들인 논의와 고생이 물거품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선 400여 개의 사무라도 '일괄해서' 이양되는 성과에 만족하기로 했고, 이번 정부 들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일괄법안을 받아주기로 함에 따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양일괄법이 제정되는 일보 직전까지 오게 됐다.

일본과 프랑스의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일괄이양을 한 사례가 있고, 국내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면서 단계별로 사무들을 일괄이양한 사례가 있다.

독일의 경우는 타 법률들을 개정하는 법률인 이른바 조항법률(Artikelgesetz)이라는 독특한 입법 형식으로 서로 유사한 여러 개의 법률을 한꺼번에 개정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일괄이양'을 낯설어하고 국회도 '일괄법안을 심의할 위원회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주지 않았지만 이제 '일괄법'의 형식을 통한 법제의 정비가 가능하게 됐다. 이번에 법이 제정되면 우리나라 법제 수준도 한층 상승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의 이념에 부합하는 지방분권 시대로 도약하는 커다란 발판을 만들게 될 것이다.

국가는 법령을 만들지만 지방이 이 법령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일괄이양'이 국회를 통과해 힘을 얻게 된다면 이 길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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