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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초점]코로나 백신 접종 한 달,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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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강원대병원장 호흡기내과 전문의

1회 우선 접종 고려하고

접종자에겐 인센티브를

상담 창구도 개설 필요

올 2월 말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한 달간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백신 사업이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된 영국, 이스라엘 등의 경험을 함께 살펴보면서, 필자는 더욱 효율적인 백신 접종 전략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나누고자 한다.

먼저, 백신을 1회 우선 접종 전략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도입된 두 가지 백신은 3주 또는 12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이 이뤄진다. 하지만 지금 상당수의 접종이 이뤄진 미국, 영국의 실제 접종 분석 자료를 보면 1회 접종만으로 대략 접종자의 80% 이상에서 예방 또는 입원 방지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2회 접종해 완료하는 것보다,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1회를 우선 접종하는 전략을 진행해 왔고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영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1회 이상이 45%, 2회 완료가 5%인데, 올 1월 초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평균 1,200여명 발생하던 것에서 최근에는 60명 정도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백신의 공급 부족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도 1회 우선 접종을 고려할 때다.

두 번째로, 접종자에게 작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부작용에 대한 언론 보도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국민들이 과도한 공포를 느끼게 됐고 이에 따라 백신 접종에 대한 수용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백신 접종의 경우 체감되는 이득은 그다지 없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큰 것이 현실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는 백신 접종에 따른 인센티브가 백신 수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지적한다. 정부도 접종자에게 하루 휴가 제공을 권고하고 나섰다. 접종이 최고 수준으로 이뤄진 이스라엘에서는 그린 패스포트(Green Passport)를 접종자들에게 제공하고, 이 카드를 지닌 사람은 대중 체육관, 음식점, 수영장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니, 우리도 국민의 상당수가 접종의 기회를 갖게 되는 수개월 후에는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접종 후 발열, 근육통 환자에 대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 달간 접종을 받은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근육통이나 발열을 주로 호소했다. 물론 이런 전신반응은 큰 문제 없이 24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해결됐다. 대부분의 전신반응이 하루가 지나면 서서히 회복되므로 필요한 경우 적절히 해열제 복용을 안내하는 홍보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 안심시킬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상담 창구가 마련되면 좋을 것이다.

네 번째로, 접종을 고민하는 일반인 대상 상담 창구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

필자와 같은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고령의 부모님이 백신을 맞아도 될 것인가다. 정부가 지난 1 년간 예산을 들여 만든 호흡기전담클리닉을 활용해 전화 상담 창구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다른 병·의원의 백신 관련 전문의들에게도 이런 상담 창구의 운영 및 정부와 지자체의 적절한 지원책 마련을 당부한다.

한 달의 백신 접종을 거치면서 우려와 한계를 느껴 왔다. 이 순간 물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백신의 안정적인 확보일 것이다. 11월까지 국민의 70% 접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시점에서 백신 접종 전략을 적절히 수정, 보완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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