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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실업률의 민낯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보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놀랄 정도로 똑똑하다. 인턴 같은 직무경험과 스펙이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고도 돌아온 건 취업 낙방이다. 법정관리 중인 (주)동양시멘트가 최근 실시한 인턴사원 모집에 무려 1,500여 명이 몰려 평균 10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년층의 취업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문학 역사 철학을 이르는 말인 문사철(文史哲) 중심의 대학 인문계열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인문계열 졸업생의 낮은 취업률과 학과 통폐합 및 정원 축소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취업 걱정에 고교생들의 문과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의 축소 등으로 석·박사급 연구자들이 갈 곳을 잃으면서 인문학 연구와 교육수준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대학 간판의 위력이 사라지면서 전공별 취업률 차이가 크다. 교육부가 2013년 8월, 2014년 2월 대졸자의 전공별 취업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취업률이 60% 이상인 전공 37개 중 89%가 의료 보건 공학계열이었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대졸자가 고졸 자리를 넘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고졸로 학력을 세탁하는 대졸자도 나타나는 마당이다. 대기업 공채 시즌엔 어김없이 취업 관련 신조어가 등장한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포시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20~30대)'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이 그렇다. 올해는 '인구론'이 등장했다. '인문계 90%가 논다'는 뜻이라고 한다.

▼사실상의 실업률이 지난 10월 10.1%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식 실업률(3.2%)의 3배가 넘는다.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국민 287만5,000여 명이 실업자 상태라는 얘기다. 그동안 미국(5.8%)이나 독일(6.7%)보다 훨씬 낮다는 실업률은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실업률의 민낯이다. 꼬이고 꼬인 취업난의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 것인가.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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