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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9급 공무원

공무원 시험이라는 '급류'를 헤치고 합격의 기쁨을 누리려면 살인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5·7·9급 구분이 없다. 지난해 서울시 9급 보건직의 경우 10명을 뽑는 데 2,588명(합격률 0.38%)이 몰렸다. 전국의 지방직 7급은 205명 선발에 2만6,000명(합격률 0.78%)이 응시했다. 행시로 불리는 5급 공채는 1만103명이 경쟁해 3%(309명)가 합격했다. ▼젊은이들은 왜 이처럼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열광할까.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직업 선호도 1위는 공무원으로 43%가 희망했다. 공무원의 삶의 질 만족도는 76%로 가장 높았다. 의사·변호사는 69%, 국민 평균은 57%였다. 선망의 직업이긴 하지만 공무원들은 욕을 많이 먹는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해경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물론 공무원들의 고충도 적지 않다. 책임과 희생, 헌신은 기대 이상으로 요구받지만 비난과 책임은 하늘같이 무겁다. 정권이 바뀌면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조처라며 공무원과 공직사회를 다잡는 게 다반사가 되었다. 요즘처럼 개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시대에는 공무원들이 일하기가 더 어렵다. 행정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그간의 숱한 경제난 속에서 한 번이라도 월급이 밀리거나 구조조정의 칼을 맞아본 적이 있는가.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이 오는 4월18일 전국 17개 시·도의 250여 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행된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3,700명을 선발하는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에 19만987명이 지원해 평균 5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젊은이들이 경쟁이 치열한 창업 전선에 뛰어들거나 민간기업에서 일하기보다는 안정된 '철밥통'만 추구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분명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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