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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몸짓

육체와 정신, 몸과 영혼은 분리되기도 하고 동일한 구성체로 인식되기도 한다. 철학, 종교, 과학은 물론이고 정치·경제·사회학 등 모든 분야에서 각기 주안점을 두는 인식하의 견해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균은 사람의 몸을 '자연을 닮은 소우주'로 봤다. 그러나 서양근대철학은 정신과 육체를 분리한 뒤 정신에 절대적 우위를 부여했다.

▼하지만 '살(Flesh)의 철학'을 역설한 철학자 M. 메를로 퐁티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인간의 몸을 해석했다. “몸은 육체적인 대상에 비교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예술작품에 비교되는 것이다.” '몸과 문명-삶의 새로운 지평'을 대주제로 2010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의 논점이 그랬다. '몸' 그 자체로 인식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철학이 '정신 먼저이고 몸은 나중'이었다면 몸철학은 '정신과 몸은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논지의 '감성적 합리주의'가 대세임을 읽게 했다.

▼당시 주제발표를 한 철학자 리처드 슈스터만은 '신체적 스타일(Somatic Style)'을 내세웠다. 몸의 반복적인 쓰임으로 나타나는 인체의 스타일이 건강한 정신과 삶에 적대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저 '몸의 의식:신체미학-솜에스테틱스(북코리아 간)'에서도 몸의 가치와 쓰임을 역설했다. 개인적, 사회적 불만에 의해 병든 몸이 현대 문화의 병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관건이다. 커뮤니케이션, 쓰임새다. '몸짓의 향연'인 2015 춘천마임축제가 지난 24일 중앙로에서 '아水라장'을 펼치며 막을 올렸다. 말이 필요 없는 소통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 이심전심(以心傳心)의 효능과 가치를 일깨워주는 공연, 이를 즐기는 기회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최우수축제에서 두 단계 아래인 유망축제로 전락해 애처롭기도 하다. 슬로건인 '마임은 마음, 축제는 축복'을 다시 실감하게 하는 몸부림을 기대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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