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왜 공무원이 되었나'

감사원은 2000년대 초쯤 공무원의 불친절 문제가 불거지자 기관 평가에 '전화 친절하게 받기' 항목을 넣어 점수화하기로 했었다. 그런데도 이른바 '끗발 있는' 기관의 전화 친절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공복(公僕)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은 예나 지금이나 엄하고, 그 가짓수도 다양하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율기육조'(律己六條)라 하여 벼슬아치들이 지녀야 할 여섯 가지 몸가짐을 제시한다. 다산은 책에서 목민관은 올바른 몸(飭躬·칙궁)과 청렴한 마음(淸心·청심)을 가져야 하고, 집무할 때 사사로운 손님을 가려야 한다(屛客·병객)는 등의 가르침을 적었다. 집무실에 출입하는 이를 잘 선별해야 하고, 밤중에 받은 뇌물은 아침이면 금방 탄로 나게 마련이어서 아니함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치스러운 치장은 백성이 싫어하고 귀신도 시기한다고 일렀다.

▼목민심서 내용과 비슷한 공직윤리 법령은 지금도 적지 않다. 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등이다. 공직자 복무규정과 공직자 10대 준수사항도 넓게 보면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도 최근 도내에서는 공무원들이 몸가짐을 게을리한 낯 뜨거운 사례가 발생, 다산의 가르침을 무색게 하고 있다. 수사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직 간부 공무원이 구속되는가 하면 지역 현직 공공기관장 등이 지역업체 대표가 제공한 접대성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는 진정이 접수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또 직원을 상대로 “기피부서로 전출 보내겠다”는 등 갑질을 일삼은 혐의로 자치단체 공무원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이들은 왜 공무원이 되었나. 이런 일을 하라고 공무원의 신분을 법으로 보장하고 연금을 주는 건 아닐 게다. 이들 공직자의 일탈행위를 공무원 100만명 시대에 한 마리 미꾸라지의 분탕질로 봐야 하나.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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