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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하명(下命)수사'

박주선 국회의원은 대검 중수부 1·2·3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 1·2부장을 모두 거쳐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까지 지냈다. 하지만 1999년 청와대 법무비서관 시절 옷로비 사건 내사 보고서 유출과 2000년 동생을 통해 나라종금에서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이어 2004년 현대건설 돈 3,000만원 수뢰 혐의로 6년간 구치소를 들락날락했다. 검찰의 실력자였던 그가 동료에 의해 3번씩이나 구속되고 3번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집권 중반기를 넘어선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사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청와대의 하명(下命)에 의해 MB(이명박) 정권에 대한 표적사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 중심엔 우병우 민정수석이 있었다. 청와대 '왕수석'으로 불리며 실세로 급부상한 우 수석이 사정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는 관측이 공공연했다. ▼지난해 6·13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을 겨냥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의 하명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초점은 김 전 시장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 대한 첩보 생성 및 이첩 과정이 적절했느냐다. 검찰은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관련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민정수석실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족 등이다. 김 전 시장은 감찰 대상이 아니다. 청와대의 하명수사라면 중대한 선거 개입이다. ▼1981년 설치돼 2013년 없어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한국판이었다. 물론 중수부는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장영자 사건, 명성 사건, 5공 비리, 수서 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김현철씨 비리사건, 이용호게이트 등 굵직한 사건들을 파헤쳤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계기로 폐지론이 본격화됐다. 진정한 사법개혁을 바란다면 먼저 청와대의 하명수사 논란부터 사라져야 한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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