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번개탄 자살에 악용한다고 못 팔게 하나?” 고독성 농약 고집하는 농가들의 하소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사라지지 않는 `죽음의 농약' <2·完>비용·일손 부족의 딜레마

4,900원 '그라목손' 한 통이면

논밭 1천㎡ 제초 하루면 효과

대체재로 쓰는 농약들은

값 비싸고 3회 이상 뿌려야

'녹색악마'라고 불린 그라목손이 처음 개발됐던 1960년대엔 이른바 '녹색혁명'으로 불렸다.

그라목손 개발 전 잡초를 인력으로만 제거하던 시기엔 여름철 온 가족이 하루 종일 논밭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라목손 등 파라콰트 성분의 고독성 농약은 1번씩 뿌리기만 하면 하루 만에 잡초 잎이 바싹 말라죽었다.

지난해 11월 파라콰트 성분의 고독성 농약이 시장에서 사라진 이후 농가의 가장 큰 불만은 인력부족과 비용의 문제다. 농촌진흥청의 분석에 따르면 그라목손은 500㎖ 한 통의 가격이 4,900원에 불과하다. 한통이면 1,000㎡(300평) 이상 논밭의 제초작업을 끝낼 수 있다.

반면 그라목손 생산 금지 이후 대체재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액제의 경우 1,000㎡당 그라목손보다 40% 가량 많은 800㎖를 뿌려야 한다. 더욱이 가격은 1만5,400원으로 그라목손보다 3배 이상 비싸다.

또 고독성 농약은 엽록소를 파괴해 하루 만에 효과가 나타나지만 대체농약들은 뿌리를 죽여 3회 이상 뿌려야 하는 것도 일손이 부족한 고령의 농업인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일부에선 고독성 농약 퇴출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농민은 “번개탄을 자살에 악용한다고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농촌의 현실도 고려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농정당국은 고독성 농약의 퇴출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한다. 스웨덴의 경우 1983년 어린이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고독성 농약의 주성분인 파라콰트의 등록 자체를 취소했고 EU와 독일 네덜란드도 2007년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농약을 많이 쓰는 국가로 알려진 중국에서도 2014년부터 그라목손 등을 사용할 수 없으며 아프리카는 이미 2001년 생산을 중단했다.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 관계자는 “고독성의 제초제는 효과는 빠르나 잎과 줄기만 죽이는 반면 대체용 제초제는 효과는 늦지만 안전하고 뿌리까지 죽이는 특징이 있어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