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크림빵 아빠'의 안타까운 죽음 뜨거운 눈물 흘리는 대학 동문

동기 23명 "태어날 아이 아빠 역할 할 것"

숨진 강씨 가톨릭관동대 출신

임신 7개월 아내 위해 헌신

애틋한 사연 전국 알려져

유족 돕기 나선 총동문회

동기 23명 사고 직후 팔 걷어

“태어날 아이 아빠 역할 할 것”

피의자는 구속영장 신청

전날 동료와 소주 마셔

차량 몰고 귀가하다 사고

지난 10일, 강모(29)씨가 화물차 운전을 끝내고 퇴근하는 시간은 새벽 1시20분이 넘었다.

겨울 새벽공기는 싸늘했고 몸은 파김치가 됐으면서도 집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웠던 까닭은 아내 뱃속에 있는 아이 때문이었다. 앞으로 3개월 후면 세상에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아니 임신 7개월째이지만 집에서 임용고시 준비에 하루종일 힘겨웠을 아내를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크림빵을 산 강씨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본인도 사범대 출신이어서 교사준비를 해야 하지만 아내와 뱃속 아이를 위해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화물트럭 기사일을 시작했다. 아내가 먼저 교사가 되도록 뒷바라지를 한 후 그도 준비할 생각이었다.

20분만 걸어가면 만나게 될 가족을 생각하며 기분좋게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를 걷던 그를, 난폭한 굉음소리를 내며 달려온 한대의 차가 치었다. 공중에 붕 뜬 그는, 아내와 아기를 위해 산 크림빵이 땅바닥에 흩어지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그를 친 자동차는 쏜살같이 사라져버렸다.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고'는 그렇게 일어났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20여일간 국민들은 분노했다. 뺑소니 차를 찾기 위해 네티즌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여론의 압박 속에 경찰도 수사에 나서 사건 19일 만에 피의자 허모(37)씨가 마침내 경찰에 자수했다.

피의자는 잡히면서 강씨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 강릉 가톨릭관동대 동문들을 중심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크림빵 아빠'로 불린 강씨가 가톨릭관동대 교육공학과 05학번으로 확인되면서 동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강씨와 함께 학교 생활을 했던 동기 23명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강씨를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들은 3개월 후면 태어나게 될 강씨의 아기와 부인 장모(25)씨를 위해 여건이 되는 상황에서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동기인 권영우(28)씨는 “1살이 많은 강씨는 선한 일을 하고도 남한테 알리지 않는 우직한 형이자 동기였다”며 “앞으로 남은 동기들이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 역할을 하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교육공학과 동문회에서도 강씨의 유족들과 연락을 통해 과 동문회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으며 강릉 가톨릭관동대 총동문회에서도 30일 강씨가 동문인 것을 확인하고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권은동 총동문회장은 “크림빵 뺑소니사고 피해자가 동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만큼 조만간 총동문회 임원회의를 열어 안타깝게 숨진 강씨 유족들을 돕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강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허씨에 대해 특가법상 도주차량 등 혐의로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흥덕경찰서는 이날 새벽 허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한 결과, 사고 전날부터 회사 동료와 소주를 마신 뒤 자신의 윈스톰 차량을 몰고 귀가 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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