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따돌림 당하거나 집안 고립 메르스에 방치되는 노인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외로움과 사투 대책 시급

홀로 살고 있는 고모(78·춘천시)씨는 지난 26일 밤 열이 나자 급하게 요양보호사를 찾았다.

평소 같으면 집에서 약을 먹고 참을 법도 했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이날 오후에 경로당에서 사람들과 어울린 것이 꺼림칙했다. 119구급대를 불러 대학병원을 찾은 고씨는 다행히 메르스가 아닌 것으로 진단돼 다음날 퇴원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과 딸마저 메르스 감염을 의심해 고씨를 전혀 찾지 않았다.

김모(80)씨도 최근 노인복지관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같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노인들로부터 '출입을 해선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사과를 받아내긴 했지만 '메르스 왕따' 경험은 아직까지 가슴 깊은 상처로 남았다.

메르스 사태는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노인들 사이에서 번지는 생활 속 '메르스 공포'는 여전하다. 특히 메르스에 대한 정보 취득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의 경우 외출을 꺼리고 나홀로 더위와 싸우며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는 경우도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부 노인은 1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말벗이 됐던 생활관리사에게까지 “서로가 위험하니 나중에 보자”고 먼저 말할 정도다.

또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시급한 현안인 노인 일자리 문제에도 빨간불이 켜져 노인 구인 요청, 노인 구직 요청 건수 모두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허규봉 대한노인회 도취업지원센터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노인 인력을 요청하는 기업의 구인 모집 건수는 물론 센터를 찾는 노인들의 수도 크게 줄어 어르신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는 2014년 말 현재 5만2,067명의 독거노인이 있으며 이중 24.3%인 1만2,660명이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영재기자 yj5000@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