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전문의 칼럼]위험 따르는 심장수술…고령의 나이에도 가능할까

홍순창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흉부외과 교수

2011년을 기준으로 한국인 여성의 평균 수명은 84.4세, 남성은 77.6세이며 남자와 여자를 합친 평균 수명은 81세이다.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 보건대학 연구진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을 대상으로 기대수명을 분석한 결과 2030년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세계 최초로 90세를 넘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인구의 노령화는 다가올 자연스러운 미래의 일부분인 것이다.

사람의 생명 연장과 직결되는 심장 질환, 그중에서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 중 지금 이러한 노령 인구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노령 인구가 심장 수술과 관련한 막연한 두려움 혹은 현재 자신의 연령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주저하거나 망설이며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위의 연구 결과들을 고려해 보면 80세에도 건강하게 더 인생을 영위해야 할 것 같다.

4년 전 86세 여자 환자를 응급 심장 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밤 10시께 보호자들과 수술 설명 및 면담을 했는데 수술 고위험군이고 고령의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들이 수술할 것을 결정했다. 환자가 여성의 평균 연령 이상을 살았는데 나의 예상과 다른 결정을 하는 모습에 당황하면서 응급 수술을 시행했다.

우려와 다르게 환자는 수술 후 4주간 입원 치료 후 퇴원했다. 퇴원 2주 뒤 첫 외래 진료를 위해 진료실로 들어서는 환자의 모습을 보고 필자는 마치 머리에 무언가를 맞은 듯 깜짝 놀랐다. 86세 심장 수술을 받은 지 몇 주 정도 된 환자가 깨끗하게 밝은 화장을 하고 웃으며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사실 수술 전 면담 때 보호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설명했던 필자는 너무 얼굴이 뜨겁고 환자를 대면하기 미안스러웠다.

만약 나의 단순한 의학적 사고로 이 환자의 수술 여부를 단편적으로 결정했더라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아마 지금의 이 건강한 모습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일은 필자가 고령의 심장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또 실제로 80세 이상의 환자들에게서도 수술 후 좋은 결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관한 소중함에는 나이의 많고 적음이 없는 듯하다. 무병장수가 삶의 희망일 수도 있지만 병을 치료하며 건강하게 사는 것 역시 지금의 의료 환경에서 중요한 삶의 방법 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위의 환자는 90세까지도 외래 진료를 잘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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