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평창 넘어 세계로]“전 세계 상대로 강원 문화·예술계 역량 확인한 자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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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회 공연·전시 책임진 오제환 문화올림픽 도통합추진단장

많은 분 도움 올림픽 좋은 평가

향후 문화정책의 자양분 될 것

통합홍보 부족 등 아쉬움 남아

천년향 상설공연화 충분히 가능

문화레거시 방안 조만간 나올것

남북 강원도간 향후 교류도 기대

2018평창동계올림픽(2월9~25일·17일간)은 15개 종목 102개 세부종목, 평창동계패럴림픽(3월9~18일·10일간)은 6개 종목 80개 세부종목이 치러졌다. 그렇다면 평창문화올림픽은? 44일(2월3일~3월18일) 동안 40여개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올림픽 기간 열린 공연이며, 전시, 퍼포먼스 등 세부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1,000회 이상? 아마 그 이상일 수도. 아무튼 또하나의 올림픽이라고 불릴 만한 대형 문화 이벤트였다. 그래서 그를 만나야 했다. 문화올림픽 도통합추진단장으로 활동한, 아니 4월30일까지 활동해야 할 오제환 강원문화재단 사무처장. 그래서일까. 사무실 안은 수호랑, 반다비 인형이 여기저기 그득하다. 여전히 평창문화올림픽 모드다.

'영감'을 주제로 한 평창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호평 일색이었다. 오 단장도 잘 끝냈다는 안도와 자부심 같은 것이 뒤섞여 있는 모습. 그에게 올림픽을 다 끝낸 현재의 소감은 어떤지 물었다.

“올림픽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큰 행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중간에 위기도 있었고, 계속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해서 저뿐만아니라 감독단을 비롯해서 함께 하신 분들이 고생을 하셨죠. 어쨌든 많은 분의 도움으로 문화올림픽이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고 끝나 기쁘게 생각합니다. 고마운 분들은 마음속에 잘 담고 미안한 분들은 가슴에 잘 새겨 앞으로 강원도 문화예술 정책들을 수립할 때 자양분으로 삼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습한 듯한 멘트.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것도 단답형으로.

“단답형으로 답하자면 여러 객관적인 평가가 잘했다고 해주셔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평창문화올림픽의 성과를 정리하는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의견보다는 단장 입장에서 현장에서 날것으로 느낀 아쉬움 같은 것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문화예술 쪽의 변수 대부분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것을 100% 구현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출연자와 스태프 간의 호흡과 컨디션에 따라 좌우 되기 때문이죠. 그런 어려움들은 올림픽이라는 규모에 비해서는 잘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이라는 건 어떻게 못하겠더라고요. 돌풍이 불어 시설이 망가지고, 그런데 공연 스케줄은 맞춰야 했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시간과의 싸움, 이런 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죠.”

가장 묻고 싶은 질문 한 가지가 떠올랐다. 항상 제기되던 컨트롤타워 문제. 문화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강원도와 조직위, 개최 시·군의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이 별개로 진행돼 관객 입장에서 혼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말씀하신 대로 수용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이거든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적으로 진행을 했었어야 하지만 강원도가 선제적으로 감독단을 꾸리고 문화올림픽을 주도한 것은 (국정농단 사태 등) 정치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직위, 시·군과의 협조나 문화올림픽 통합홍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문체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더 큰 역할을 해 주시고 강원도와 호흡을 맞췄으면 좀 더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앞서 오 단장이 얘기한 협조 문제. 언론은 물론 많은 관광객의 찬사를 받은 '파이어 아트 페스타'의 경우 불을 붙여 작품을 태우는 퍼포먼스가 중심이었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 실행하지 못하고 미완으로 끝나버렸다. 이와 관련해 그는 참여한 예술가들에게 내내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일단 지면을 통해서라도 참여 작가들에게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형석 감독을 만났는데 얼굴이 반쪽이 됐더라고요. 살이 안쓰러울 정도로 빠졌어요, 그분. 그건 책임감독으로서 작가들에게 어떤 미안함, 죄스러움이라고 봐요. 지자체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닙니다. 나중이라도 여건을 봐서 파이어 퍼포먼스는 반드시 실행에 옮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다 무거워진 대화.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천년향'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강원도에서 문화 분야 레거시를 말할 때 항상 첫 번째로 꼽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천년향을 예로 드셨지만 평창겨울음악제, 강원국제비엔날레 등 도 레거시로 잘 순환이 될 것 같습니다. 천년향의 상설공연 문제는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도 가능할 것 같고요. 하지만 예산 문제는 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문화분야의 예산이 2% 남짓 하잖아요.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은 것 같습니다. 레거시 차원의 전체적인 검토를 강원도에서 하고 있으니 조만간 어떤 방식이든 해결방안이 나올 겁니다.”

문화올림픽을 치르면서 항상 변방으로 치부되던 강원도 문화예술 생태계는 새 숨을 불어넣은 것처럼 활발하게 돌아갔다. 이처럼 상승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역량을 확인하는 자리는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도 해 볼만하구나 하는 것이 문화올림픽을 치르면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인 것 같습니다. 큰 흐름 속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끄집어 내다 보면 올림픽만큼은 아니겠지만 특화된 기획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과의 화해무드가 조성된 만큼 최문순 지사가 4월 열리는 평양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북측에 제안을 한다면 강원도와 북강원도 간의 음악, 미술, 영상 분야의 교류는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올림픽을 통해 쌓은 노하우들이 상당할 것으로 보였다. 중앙정부가 아닌 강원도가 문화올림픽을 주도적으로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이 아니었을까. 올림픽 기간의 경험들을 체계화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라고 오 단장은 귀띔했다.

“각 프로그램별로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고 오프라인 쪽으로도 백서 같은 형태의 자료들이 나올 겁니다. 정리를 잘 해서 암묵지(暗默知)를 최대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자료로 잘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1년. 만약 강원도가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한다면 앞으로 3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다. 이번 문화올림픽 조직이 그대로 가면 좋지 않겠냐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예전에 선배가 저에게 한 말이 있어요. 가끔 반추하곤 하는 말인데요. '한번 해보면 모두 전문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번 해본 경험 자체가 소중할 것 같고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습니다(웃음).”

글=오석기기자·사진=신세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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