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마라톤 선수는 왜 적색근육이 발달했을까? <1102>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대체로 신경세포와 근육세포는 새로 생기지 못하니 신경근육을 다치면 재생이 어렵다. 그리고 보통 체중이 부는 것은 세포가 는 것이 아니고 지방세포(Fat cell)에 물과 지방을 채우면서 세포부피가 늘어난 탓이다.

한껏 먹고 덜 움직이는 날에는 단방 군덕살이 달라붙지만 마음 다잡고 운동과 절식을 하는 날에는 지방세포에서 물과 지방이 홀랑 빠져나가면서 비로소 군살이 준다. 그러다가 또 조금만 신경을 덜 쓰면 어처구니없이 출렁이는 뱃살이 또 달라붙으니 '요요(Yoyo)현상'이다. 아침은 황제 같이, 점심은 공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고 했겠다. 우리가 어릴 적엔 쫄딱 굶어 엉세판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갖은소리 작작하고 있으니 미안하면서 금석지감이 든다.

또 근육에 저장된 탄수화물 글리코겐이 분해돼 포도당이 되고, 포도당은 다시 크레아틴인산(Creatine phosphate)이 돼 거기에서 ATP가 생성된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처음 20여 분 동안에 다리근육의 글리코겐이 다 소진되고, 낙타의 몬다위(육봉·肉峰)가 녹듯 비로소 지방산인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가 분해돼 힘(ATP)을 내기 시작한다. 이것이 운동하면 발기름(뱃가죽 안쪽에 낀 지방덩어리)이 빠지는 까닭이다.

근육 수축 이완에는 화학에너지인 ATP가 운동에너지로 바뀌어야 한다. 근육에는 적색근육(Red muscle)과 백색근육(White muscle)이 있다. 호흡색소(呼吸色素)인 미오글로빈(Myoglobin)과 미토콘드리아가 많이 든 적색근육은 운동속도가 느리지만(Slow muscle) 지치지 않아 지속적인데 그 대표적인 것이 심장근육·횡격막근육·호흡근이다. 그런가 하면 백색근육은 근원섬유가 굵고, 미오글로빈이 적으며, 운동이 빠르고(Fast muscle) 강한 수축력을 갖지만 지속성이 모자라고 피로하기 쉽다. 마라톤 선수가 오래 달릴 수 있는 것은 적색근육을, 역도(力道) 선수가 무거운 바벨을 드는 것은 백색근육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거리 선수는 적색근육이 발달하고, 단거리 선수는 백색근육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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