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몸과 마음의 허기 채워 기쁨을 나누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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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춘천교구 무료급식소 ‘한삶밥집' 문열어

◇천주교 춘천교구(교구장:김주영)가 지난 15일 죽림동성당에서 한삶밥집 개소식을 열고 16일부터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故 장익 주교 남긴 기금 바탕

죽림동성당서 14년만에 재개

매주 월·수·토요일 점심 제공

경제상황 관계없이 이용 가능

“사회 모든 구성원의 건강한 삶을 희망하며 한솥밥을 나눕니다.”

천주교 춘천교구가 14년여 만에 무료 급식소 문을 활짝 열었다. 춘천 죽림동성당에 급식소를 마련, ‘한삶밥집'이라고 이름 붙였다.

밥집의 시작은 고(故) 장익 주교였다. 북강원도 주민과 신도들을 돕기 위한 나눔실천 ‘한솥밥 한식구 운동'을 펼쳤던 장익 주교가 2020년 선종하면서 춘천교구 사회복지회에 남긴 기금이 바탕이 됐다. 김주영 교구장이 지난해 사회복지회에 밥집을 제안, 1년여간 고민한 끝에 지금의 밥집이 탄생했다.

16일 운영을 시작한 한삶밥집은 매주 월·수·토요일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인 이들만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15일 개소식에서 김학배 춘천교구 사회복지회장 신부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만 먹는 밥집이 아니라 혼자 밥 먹기 어려운 분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이다. 처우가 좋더라도 와서 밥을 먹고, 또 나누고 가면 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교구는 IMF 외환위기 당시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나눠 오다가 2000년 1월 춘천 공설운동장에 상설 무료급식소를 설치한 바 있다. 2008년 11월 급식소를 철거하기까지 29만8,371명이 이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춘천교구는 이날부터 다시 무료 급식소를 재개,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도시락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지 식사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안부를 물으며 소통, 마음까지 나눌 방침이다. 단,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마음을 받아 밥집을 운영한다.

개소식에는 청평사 주지 도후 대종사도 찾아 축하의 뜻을 전했다. 도후 스님은 “단지 식사를 하는 장소로만 여기지 말고 여기 온 분들을 작은 예수님이라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공덕이 쌓여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김주영 교구장은 “밥집에서 어떻게 하면 참되게 나눌 수 있을까 1년여간 고민했다. 밥집의 이름을 남기고 끊겼던 급식소를 다시 시작하게 해 준 장익 주교님께 감사하다”며 “혼자 밥먹기 외로운 사람들이 와서 기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의 행위로 인해 우리 스스로 마음의 부자가 되고, 또 사랑을 실천한 우리의 기쁨이 이웃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정기자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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