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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이젠 영화도 찍어보네요” 강릉 명주동 할머니들 연출·감독까지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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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명주동 어르신들이 지난 24일 독립극장 신영에서 우리동네 우체부 시사회를 마친 뒤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거동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한 최정숙(80)씨 딸 정유미(55), 심재숙(73), 김옥자(64), 김희자(73), 박정례(63), 김숙련(80), 김혜숙(74), 문춘희(73)씨.

강릉 명주동 할머니들 직접 연기하고 연출·감독까지 맡아

14분짜리 '우리동네 우체부' 시사회 화제 “2편 찍고 싶다”

강릉지역 어르신들이 영화감독과 배우로 참여해 직접 만든 영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명주동에 살고 있는 8명의 어르신은 2016년부터 마을에서 하는 사진수업을 배우다, 올해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가 강원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영화 만들기 수업'을 수강한 후 본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시나리오는 영화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던 김진유 감독이 할머니들의 사연을 토대로 만들었다. 연출은 문춘희(73), 촬영은 김희자(73)씨와 박정례(63)씨가 각각 맡았다.

영화는 명주동에서 일하는 젊은 우체부 청년이 할머니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내용으로 그려졌다. 미국에 사는 딸이 보낸 동영상을 못 보는 희자씨를 위해 동영상 보는 법과 촬영해 보내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이 찍혔고, 로맨스를 꿈꾸는 춘희씨가 'I love you'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영어를 모르자 우체부가 뜻과 함께 'Me Too'라고 답장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3개월 동안 촬영한 작품은 14분 분량의 '우리동네 우체부'라는 이름으로 지난 24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시사회가 열려 가족들을 비롯한 관객들로부터 큰 성원을 받았다. 감독을 맡았던 문춘희씨는 “살다 살다 이제는 영화도 찍어본다”며 “처음 찍는 영화라 잘 될지 걱정도 많았는데 해보니 재미있고 내년에 2편도 찍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르신들을 지원했던 김진유 감독은 “작업을 하는 동안 명칭은 어르신이 아닌 언니들이었다”며 “그리고 모두 배우로 등장하는데 지역에 사는 어르신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함께한 작업이라 의미 있었다”고 했다.

한편 이 영화는 내년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서울 노인영화제 등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강릉=조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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