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스포츠는 스포츠로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팬’이다. 팬을 끌어 모으는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순수함’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공정한 룰에 따라 순수하게 선수의 노력으로만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결과에 팬들은 열광한다. 이는 반대로 외부의 개입으로 스포츠가 순수함을 잃는 순간 팬들이 떠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강원FC의 열렬한 팬인 강원도민들도 당연히 ‘축구 그 자체’에 열광한다. 하지만 최근 강원FC는 축구 외적인 문제로 뜨겁다. 강원도가 지난달 31일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구단 대표이사 변경이 스포츠의 순수함을 헤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이번 결정을 팬들이 ‘정치적’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강원FC의 구단주는 강원도지사다. 팬들은 이 대표를 전 도지사가 임명했기 때문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은 명장 최용수 감독 영입, 파이널A 진출, 각종 스폰서 유치 등을 이뤄낸 이 대표를 ‘강원FC 역사상 최고의 대표’라고 표현한다. 무엇보다 직접 만나 본 이 대표는 오로지 강원FC의 발전만 도모하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 그 자체의 순수함’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었다. 당연히 팬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포터즈 ‘나르샤’는 재계약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팬 1,004명의 온라인 서명 동의서를 도에 전달했다.

축구에서 구단주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유럽 명문구단을 추락시킬 정도다. 2014년 스페인의 명문 클럽 발렌시아를 인수한 싱가포르 사업가 피터 림은 축구 경영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음에도 지나친 간섭으로 명문 클럽을 망쳐놨다. 2015~16 시즌 중반 그는 지도자 경력이 전무하지만 자신과 친분이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게리 네빌을 감독 자리에 앉혔고, 네빌은 리그에서 3승 5무 8패의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떠났다.

2019년에는 직전 시즌 팀의 코파델레이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끈 마르셀리노 감독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질시켰다. 이후에도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던 다니 파레호를 지역 라이벌 비야레알에 저렴한 이적료로 넘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수차례 저질렀다. 200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라는 거함을 제치고 두 차례나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9위, 올 시즌 현재 12위로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도민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도지사이지만 축구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어구(어쩌다 구단주)’에 불과하다. 지난 9월 강원FC가 극적으로 파이널A에 진출했을 당시 도는 전용구장 건립 백지화를 발표하며 잔칫상에 제대로 재를 뿌렸다. 구단 운영 이해도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이 대표 재계약 여부 결정에 축구적인 관점을 고려했는지도 의문이다.

이 와중에 도는 도의회 감사에서 내년 강원FC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긴축재정 중이기에 향후 상황에 따라 추경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라지만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스포츠인 축구에서 돈은 곧 실력이다.

도 지원이 준다면 프로 구단인 만큼 강원FC가 스폰서 유치 등 자체적인 수익을 늘려나가야 한다. 참고로 강원FC는 올해 10월 기준 지난해보다 MD 수익이 107% 증가했고, 신규 스폰서는 지난해보다 3개 많은 10개를 유치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