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민들레가 어디서든 잘 자랄 수 있는 건/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바람에/ 기꺼이 몸을 실을 수 있는/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겠지.// 어디서든 예쁜 민들레를 피워낼 수 있는 건/ 좋은 땅에 닿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고/ 바람에서의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긍정을 가졌기 때문일 거야.// 아직 작은 씨앗이기에/ 그리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박치성의 시 ‘봄이에게’다. 마지막 문장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가 2017년 3월 고3 모의고사 필적 확인 문구로 제시돼 시험지를 받아든 아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와 함께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이 최근 수능을 치렀다. 대학별 논술전형과 수시 면접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어섰다. 올해 고3 학생들은 온라인수업으로 인해 친구들과 금세 친해지지 못했고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는 등 일상을 잃어버렸던 세대다. ▼강원도교육청이 최근 수능 성적을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전교조 강원지부는 “반교육적인 행태로 행정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강원학부모단체연합회는 “학생들의 수준을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공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강원도 학생들의 수능 성적은 크게 떨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를 살펴보면 모든 과목의 평균점수, 1·2등급 비율은 전국 최하위권이고, 9·10등급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쪽에 속한다.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의 노력에 대해 인색하게 평가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요즘은 예체능, 게임, 엔터테인먼트, SNS산업 등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길이 많은 다양성의 시대다. 수능과 대학 진학을 통해 인생을 설계하는 학생도, 다른 길을 찾아 삶을 모색하는 학생도 모두 강원도의 소중한 아이들이다. 교육은 모두를 품어야 한다.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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