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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린이집 70곳 폐원, 저출산 대책 전면 쇄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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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2023년 말 기준 835개
규모 작은 어린이집 최저 원아 수 못 채워
일자리, 교육, 부동산, 복지 등 재설계 시급

저출산·고령화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겪는 문제지만, 대한민국의 저출산 위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장래인구 모든 분야에서 OECD 38개국 중 1위 또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의 ‘2022~2072 장래인구추계’와 유엔(UN) 세계 인구 전망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출산율, 기대수명, 인구성장률 등 인구 관련 전 부문에서 1등과 꼴등을 번갈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의 출산율은 2022년(0.78명)을 시작으로 2072년(1.08명)까지 꾸준히 OECD 38개국 중 최하위를 지킬 것으로 예측됐다. 출산율 1.0명을 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의 비중은 2022년 기준으로는 71.1%로 38개국 중 가장 높지만, 2072년에는 45.8%로 꼴찌가 된다. 38개국 중 한국만 50%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세부 내용을 보면 더욱 암울하다. 2033년 인구 5,000만명 선이 무너지고, 2072년엔 3,622만명으로 쪼그라든다. 1970년대 한 해 100만명을 웃돌던 출생아가 2002년에 40만명대, 2017년 30만명대, 2020년 이후엔 20만명대로 급감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강원특별자치도에도 저출산 쓰나미가 덮치고 있다. 즉, 저출생 여파로 강원지역 영유아 인구수가 급감하면서 어린이집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최근 강원특별자치도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말 도내 전체 어린이집 수는 835개로 연초 905개에서 70곳이 줄었다. 문을 닫은 곳 중 상당수는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집 근처 가정 및 민간 어린이집이었다. 실제 지난해 폐원한 70곳 중 가정 어린이집(33곳)과 민간 어린이집(23곳)이 56개소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들 어린이집은 최저 원아 수를 채우지 못해 정부와 지자체 등의 지원이 끊기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2013년 1,265곳에 달했던 도내 어린이집은 10년 만에 430개가 감소했다. 우리는 이미 저출생 원인을 알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이며, 양극화와 대학 서열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사교육 때문에 허리가 휜다. 모두가 서울로만 몰리는 수도권 집중이 도를 넘자 청년들이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비혼), 늦게 하고(만혼),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무자녀) 경향이 ‘뉴 노멀’로 자리 잡았다. 일자리, 부동산, 교육, 복지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생 친화적 관점에서 재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합계출산율이 1.2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일본은 최근 2025년부터 세 자녀 이상인 가족의 자녀에게 대학 무상교육을 하기로 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대책이 아니면 출산율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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