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우수(雨水)’

입춘(立春)에 이어 눈이 녹아 비로 바뀌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도 지났다. 이제 절기는 땅속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향해 가고 있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다. 날씨가 풀려 봄기운이 서리고 언 땅이 녹는다. 봄바람이 불어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면서 풀과 나무가 깨어난다. 기러기는 봄기운을 피해 북쪽으로 날아간다. ▼평창, 정선 등에는 산간지역에 눈이 남아 있고 바람 끝이 맵지만 햇살은 벌써 봄이다. 남쪽에서는 봄의 전령 매화가 예년보다 열흘가량 빠르게 개화했다. 들판에는 노루귀가 솟고 변산바람꽃과 명자꽃도 피었다. 복수초도 피고 큰산개구리도 산란을 시작했다. 복수초는 복(福)과 장수(長壽), 부와 행복을 상징하는 봄꽃의 대명사다.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개화한다 해서 ‘얼음새꽃’, ‘눈새기꽃’으로도 불린다. 꽃잎을 둥글게 펼치고 집광판처럼 빛을 모으며 제 몸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주변의 눈을 녹인다. 꽃샘추위가 남았지만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꽃마중도 빨라질 모양이다. ▼속담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이 있다. 북쪽 지방인 평양 대동강에는 봄이 늦게 온다지만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그곳도 얼음이 녹고 날이 풀린다는 뜻이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리더니 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 평안도·황해도 지방에서 불리던 서도민요 ‘수심가(愁心歌)’의 한 구절이다. “우수 뒤의 얼음같이”라는 속담도 있다. 우수가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지면서 얼음이 서서히 녹아 없어짐을 이르는 말이다. ▼봄은 기쁨과 희망의 계절이다. 그래서 봄을 찬미하는 시와 노래도 유독 많다. 그렇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경제도, 정국도, 남북 관계도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피부로 느끼는 추위는 수그러들고 있지만 마음이 따스해지는 봄은 언제쯤 오려나. 나라 안팎이 온통 어수선해서인지 새봄에 거는 희망이 유난히 크다. 언 땅이 풀리는 때를 맞아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봄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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