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의사라는 직업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정부가 의과대학의 입학 정원을 확대하려는 데에 반대하는 많은 전공의가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이 선서가 떠올랐다. 우리나라 인구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이다. 그러자 의료계는 한때 국토 면적 대비 의사 수라는 생뚱맞은 통계를 들이대 웃음거리가 됐다. 의사가 돌보는 대상이 환자가 아니라 땅이 된 셈이다. ▼의료계가 내세우는 반대 논리는 의사의 질적 수준 하락이다. 고등학교 때의 학업 성적이 전교 1등이 아닌 10등이 의과대학에 진학하면 대체 무슨 문제가 생기나? 특권의식의 발로 아닌가. 과거 사법시험 선발 인원을 1,000명으로 늘리던 당시에 변협 일각의 대응이 꼭 이랬었다. ▼정부가 그간 추진하겠다고 밝힌 4대 의료정책은 의대 증원,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이다. 이들 중 의료계와 정부가 특히 더 대립하는 것은 앞의 두 가지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의사 수 부족을 절감하게 됐고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지방의 의료 인프라가 얼마나 열악한지도 드러났다. ▼의대 증원 갈등이 의료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등 빅5 병원은 환자들을 중증도별로 분류하고 수술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말기 암 환자는 물론 뇌출혈과 뇌경색 환자에게도 수술이 어렵다는 공지가 나붙기 시작했다. 의료계는 정부 정책의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정부는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해 정책을 수정하는 데 힘쓰면서 서로의 앙금을 풀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오른손으로 왼팔을 긁는 것처럼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의료 대란은 국민에게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다. 의사 집단이 존경받는 이유는 그들의 행위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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