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영랑호수윗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영랑호는 동해안에 산재해 있는 석호 중 한 곳이다. 석호는 모래 퇴적으로 인해 바다와 분리돼 생긴 호수다. 영랑호라는 명칭은 영랑, 술랑, 남랑, 안상 등 신라사선(新羅四仙) 중 한 명인 영랑에서 유래한다. 이들은 신라 효소왕 때 화랑들로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수련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중 영랑이 영랑호의 경치에 빠진 나머지 무예대회도 잊고 계속 머물렀다는 전설이 내려오면서 호수의 이름을 영랑호라고 칭했다고 한다. ▼영랑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호수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호수 자체가 자연자원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설악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범바위다. 속초 8경 중 제2경이기도 하다. 벚꽃이 피는 봄과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개발과 보존의 가치가 충돌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속초시가 각종 규제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속초 북부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며 호수를 가로지르는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면서부터다. 2021년에 조성된 길이 400m, 폭 2.5m의 부교인 영랑호수윗길이다. 개통 2개월 만에 16만명이 다녀가고, 지난해에는 64만여명이 방문했다. ▼부교 설치에 따른 반발도 만만찮다. 지역 환경단체는 부교가 호수의 물 흐름을 방해하는 등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2022년 4월 속초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부교를 철거시키기 위해서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석호만이 가지는 독특한 자연환경적 특성을 갖추고 있어 보존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법원의 중재로 영랑호 부교 설치에 따른 영향조사도 1년간 실시했다. 생태계 영향조사로 중단됐던 재판도 다음 달 재개된다. 석호의 생태계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부교의 철거가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매년 수십만명이 찾고 있는 지역의 관광 명소라는 점도 헤아려야 한다. 철거냐 존치냐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닌 발상의 전환도 때로는 필요하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