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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76년을 더 기다리면 올까, 우리의 핼리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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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세원 시인 시집 ‘우린, 어디에서 핼리 혜성을 볼까’
강원일보 주최 제2회 강원시니어문학상 대상 수상자

강원일보 주최 제2회 강원시니어 문학상에서 ‘화원 도서관’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엄세원 시인이 최근 시집 ‘우린, 어디에서 핼리 혜성을 볼까’를 펴냈다.

총 52편의 시와 황정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수록된 시집은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의 그 너머를 응시한다. 그의 시선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그는 늘 다른 존재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따라서 그의 시는 시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시를 관찰한다는 느낌이 더 맞겠다.

그의 시 ‘꿈 냉장고’는 그가 지닌 표현의 극치를 보여준다. 꿈을 꺼내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는 그. 오랜 시간 냉각했기에 부패할리 없는 꿈을 드디어 만나는 순간, 그 찰나에 정전 된 냉장고 앞에서 그는 좌절을 맛본다. 하지만 꿈을 담은 냉장고를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에 그는 동결보존액을 넣고, 꿈 칸에 나 자신을 넣는다. 10년 동안 꿈을 보관할 수 있는 그 공간을 빌려 온전한 나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그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우린, 어디에서 핼리 혜성을 볼까’ 역시 그의 독창적이면서도 집요한 시선을 면밀히 보여준다. 75년에서 76년의 주기로 지구에 접근하는 단주기 혜성인 핼리 혜성. 달빛이 머금은 대관령의 감자꽃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는 피어난 꽃을 눈들의 파종으로 인식한다. 태어났다 죽었다 반짝이기도 하는 그 눈들 속, 그들은 기다려도 오지 않을 핼리 혜성을 기다린다.

엄세원 시인은 “생각을 앓는 밤마다 잠이 떠돌았다. 아무도 기웃거리지 않는 새벽 나는 숨 쉬고 있다”며 “다짐을 여미는 가슴으로 포기조차 버린 권리로 바닥을 읽어내는 일, 내가 있음을 다독이게 된다”고 전했다. 상상인 시선 刊. 144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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