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자본주의 욕망 vs 환경문제 영월 동강댐 건설 놓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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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최성각 ‘동강은 황새여울을 안고 흐른다’

영월 동강 배경 전형적인 여로형 형식
주민 태도서 깨닫는 환경사랑 소중함

◇서범구 作 ‘영월 동강’

문학에 있어서 영월 하면 김삿갓(정비석 ‘소설 김삿갓’)이나, 단종(이광수 ‘단종애사’·김형경 ‘단종은 키가 작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강(東江)도 문학의 소재로 크게 인기몰이(?)를 한 적이 있었다. 동강댐 건설 이슈가 꽤나 시끄럽게 지역의 갈등을 부추기던 1990년대 말에 작품 속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그것이다.

당시 동강댐 건설에 반대하는 문인들이 모여 동강을 모티프(Motif)로 한 문집 ‘동강의 노루궁뎅이’를 발간한 적이 있다. 이른바 ‘동강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춘천 출신 최승호 시인의 시(詩) ‘이것은 죽음의 목록이 아니다’를 비롯해 동강 지키기에 나선 문인들의 시와 소설, 산문 등이 실려 있다. 이번에 소개할 소설도 그 안에 포함돼 있다. 바로 환경운동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릉 출신 최성각의 중편 ‘동강은 황새여울을 안고 흐른다’가 주인공이다.

소설은 등장인물이 머물러 있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하는 내용이 서사 구조의 중심이 되는 전형적인 ‘여로형(旅路形)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서울에서 잡지사 편집위원으로 살고 있는 강릉 출신 주인공 ‘나’는 동강댐 건설을 둘러싼 문제를 듣고는 동강을 직접 찾아나서기로 한다. 정선에 들른 ‘나’는 교사로 활동하며 시도 쓰는 친한 선배 ‘승근’을 만난다. 그와 함께 지프차를 타고 동강 유역을 거슬러 올라가던 ‘나’는 그곳에서 특이한 모습들을 발견한다. 동강댐 건설을 통한 개발 보상을 노리는 외지인과 그들 때문에 불어온 투기 바람에 덩달아 들뜬 지역 주민의 모습이 그것이다. 그들에게는 애시당초 동강을 둘러싼 환경 따위는 관심조차 없는 것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이 오로지 그들이 지닌 목표였으니 동강댐 건설에 대해 ‘적극 찬성’의 입장을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동강댐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들에게는 얼마나 ‘눈엣가시’처럼 느껴졌겠는가. 동강의 상류 부근 어라연에 다다른 ‘나’는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그들을 보며 ‘나’는 새삼 환경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소설은 동강댐을 건설하려는 정부의 결정을 두고 극명하게 갈린 지역 민심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자본주의적 욕망의 폭주와 반대편에 서 있는 환경 문제의 대립을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

특히 ‘나’와 승근의 대화 그리고 여정 속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과의 대화를 적절하게 활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동강댐 건설은 1990년 영월 지역 주민 160여명이 홍수로 목숨을 잃은 뒤 노태우 전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사업이다. 지역의 반대가 이어지던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동강댐 건설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이듬해(2000년) 6월 극적으로 백지화가 결정된다.

소설이 수록된 문집은 1999년 출간됐다. 모두 13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 문집에는 동강 살리기에 동참한 230명의 문인 명단도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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