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베네치아 '도시 입장료' 7천원 부과 …관광객 불편 불만 속출

베네치아 시장 "도시 입장료 첫날 1만5700명 부과…성공적"

◇베네치아 입장료 부과 제도 시행[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 도시 베네치아 땅밟으려면 입장료 7천원을 지불해야 한다.

베네치아가 25일(현지시간)부터 세계 최초로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휴일과 주말 등 성수기에는 입장료를 내도록 해 인파 분산을 도모한다는 취지지만 곳곳에서는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찾아간 관광객들은 우선 입장료 지불 과정에서부터 혼선을 겪고 있다.

당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은 '도시 입장료'로 5유로(약 7천 원)를 낸 뒤 이를 증명하는 QR 코드를 내려받아야 하고 1박 이상 머무는 관광객에게는 무료 QR 코드가 발급되는데, 이같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 것이다.

아일랜드에서 남편과 함께 여행을 온 한 여성은 검사원의 도움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QR 코드 발급 절차를 마쳤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며 "기술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 않을 경우를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남편도 "왜 이렇게 하려는지 이해는 가지만 '대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아직 입장료 부과 정책에 대해 알지 못하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곳곳에서 "무슨 입장료를 말하는 거냐"며 당혹스러워하는 여행객이 눈에 띄었다.

입장료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도 거세다.

입장료 부과가 관광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이동의 자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베네치아 지역 주민 500여명은 이날 입장료 부과 제도가 도시를 일종의 '베니랜드(베네치아+디즈니랜드)'로 만들었다며 당국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공동 주최자 페데리카 토니넬로는 "의회가 취한 조치 중 어떤 것도 주민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5유로는 사람들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아르시' 소속 활동가도 "이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돈을 내야 입장할 수 있는 도시가 됐고 이는 이탈리아 헌법과 이동의 자유라는 유럽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과잉 관광을 막기 위한 취지의 정책이 시행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피렌체 당국은 지난해 역사지구 내 신규 단기 주택 임대를 금지했고 걷기 길로 유명한 어촌마을 친퀘테레는 대표적 해안 길을 걷는 데 15유로를 부과하고 있다.

이탈리아 카프리섬은 4∼10월 페리호 티켓에 자동 부과되는 입장료를 기존 2배 인상해 5유로로 올렸다. 람페두사, 리노사 등 섬은 성수기에 비거주민의 차량 진입을 제한하거나 전면 금지하고 있다.

◇베네치아 입장료 부과 제도 시행[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베네치아 루이지 브루냐로 시장은 관광객 유입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도시 입장료가 성공적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자평했다.

시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날인 이날 약 11만3천명이 시의 공식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방문 등록을 했다. 이중 베네치아에서 숙박하지 않고 당일 일정으로 방문한 관광객 1만5천700명이 도시 입장료를 결제했다.

4만명은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는 1박 이상의 숙박객이었고, 나머지는 학생, 노동자, 거주민의 친척 또는 친구 등 면제 대상이었다.

지역 일간지인 베네치아투데이는 이날 도시 진입 지점 곳곳에서 검표원이 1만4천여명을 검표했지만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입장료를 내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50~300유로(약 7만~44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베네치아시는 이날을 시작으로 7월까지 주말과 공휴일에 들어오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도시 입장료 부과 제도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회의적이다.

베네치아시에 따르면 관광객이 몰리면서 생활환경이 악화하자 1951년 약 17만5천명이었던 거주 인구는 현재 4만9천명 미만으로 감소했다.

'에어비앤비' 등 현지 주택이 관광객을 위한 숙소로 전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지역 주민들은 저렴한 주택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관광객이 넘쳐나면서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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