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근대시 100년의 역사에 스스로 만족하지 말자”

고은 시인 백담사만해마을서 강연회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고은(75) 시인의 강연회가 지난 11일 오후 인제 백담사만해마을 ‘문인의 집’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옅은 푸른색 재킷을 입은 고은시인은 이날 강연회에서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직접 낭송하면서 시의 역사적인 의미와 시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고은 시인은 “‘해에게서…’는 100여년 전인 1908년 ‘소년’지에 발표된 것으로 시(詩)를 논할 때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작품”이라며 “우리 근대시의 원표(元標)와 같은 작품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시는 나쁘게 말하면 표절이고 객관적으로 말하면 다른 시를 복제한 것으로 순수한 창작시는 아니다”라고 밝히고 “바이런의 시를 흉내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체시가 나오기 이전까지의 경계는 한마디로 카오스(혼돈) 상태였다”며 “아무리 천재라도 (새로운 형식의)근대시를 감당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남선은 수많은 별호를 갖고 있으면서 발표 당시 이름 없이 권두시 형태로 이 시를 발표했다”고 소개하고 “이런 형식의 시를 최초로 세상에 보여야 한다는 생각과 죄의식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은 시인은 “그 당시는 우리문학에서 ‘바다’라는 것은 낯설고 부정적인 존재였다”며 “운명적인 근대시의 시작이 ‘바다’라는 장엄한 주제를 우리에게 던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또 “모든 시는 이 자리에 있는 시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최초로 노래하는 것이며 시의 역사를 거절하는 것이 시”라며 “근대시 100년의 역사에 스스로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의 100년을 재설정해 또 하나의 시세계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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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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