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오피니언]기후변화와 `태양광 택시' 이야기

양진운 강원대 UNEP-에코피스리더십센터 사무처장

기다리던 가을이 다가오는 요즘, 청소년수련관 꿈마루에서 환경영화 '태양광 택시로 세계 일주를'을 춘천시민들과 함께 감상했다. 이름하여 솔라 택시(Solar Taxi). 이 계절이 자꾸만 떠나라고 속삭이던 차에 '태양광 택시'를 타고 멋진 친구들과 세계 곳곳을 누비는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태양광 택시로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왜 태양광 자동차가 아닌 택시일까? 라는 즐거운 의문을 갖고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인 루이 팔머는 어린 시절부터 세계 일주의 꿈을 간직해 온 스위스의 한 평범한 교사였다. 그는 오직 아이디어 하나로 태양광 택시를 만들었고, 18개월에 걸친 모험을 통해 꿈을 현실로 펼쳐보였다. 루이를 따라 아프리카로, 호주로, 아시아로, 아메리카로…. 전 세계 국가를 차례차례 방문하는 시간을 누렸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을 비롯해 왕족, 정치인, 과학자, 영화배우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택시'에 태운다. 방문하는 국가의 학생들을 만났고 그의 꿈을 학생들과 함께 나눴다. 아쉽게도 영화의 장면에는 빠졌지만 '택시'가 한국을 방문했고, 루이는 우리나라의 환경재단을 비롯해 몇몇 대학의 캠퍼스를 대학생들과 함께 달리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전 세계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태양광이 얼마나 기능적이고 효율적이며, 무엇보다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임을 증명해 보였다는 점이다. '탄소배출 제로'의 자동차는 더 이상 꿈이 아님을 그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루이의 이야기 중에서 가슴에 철썩 달라붙은 한 구절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자동차는 내가 다 커서도 나오지 않아서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환경이 더욱 심각한 상태가 되었을 때, 왜 내가 젊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를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제목이 '태양광 택시'인 이유는, 루이가 운전하는 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차에 태우고 그들과 여정을 함께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광에너지의 아름다운 가치와 세계여행, 그리고 다양한 사람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6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담기에는 너무나 짧았다는 배부른 푸념을 해본다. 마지막 장면에서 루이는 어떤 분(!)을 택시에 태워달라는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고 미국대륙을 횡단하게 된다. 대장정 끝에 뉴욕에 도착한 그는 과연 누구를 태양광택시에 태우게 될까. 그 분은 루이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반기문 UN 사무총장이었다. 이 지점에서 반기문 총장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올 한 해 기후변화의 위용을 실감하며 혹한의 겨울과 길고도 무더운 여름을 지나왔다. 오늘부터 탄소배출 제로를 꿈꾸는 일에 작은 힘을 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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