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독자의 눈]“굿바이 만델라”

최돈열 강원다문화정책연구소장

남아공 민주화 위해 27년 6개월간 옥살이

인권 회복 앞장선 그의 뜻 계승해 나가야

'인류 묵념' 국내 한 일간지가 용서와 화해의 상징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타계했다는 소식에 올린 헤드라인이다. 영화 같은 삶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주화를 이끌어 낸 넬슨 만델라가 지난 5일 오후 8시50분 95세의 일기로 타계했다는 소식에 지구촌 곳곳은 지금 애도의 물결로 넘치고 있다.

그가 타계하자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은 “남아공의 위대한 아들을 잃었다”고 소식을 전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구상에서 가장 용기 있으며, 선한 인물 한명을 잃었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반기문 UN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만델라 전 대통령은 정의로운 거인인 동시에 소박한 사람이었다”며 “인류의 존엄과 평등, 자유를 위한 그의 투쟁은 전 세계의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남아공 최초의 인권변호사로서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에 맞서 아프리카 민족회의(ANC)를 이끌다 투옥되어 27년6개월의 옥살이를 했다. 옥중에서도 인권저항운동을 지속시키는 용기에 국제사회는 평화적 압력으로 그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그는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다. 그리고 1994년 4월, 남아공에서 최초로 흑인이 참여하는 자유 총선거를 통해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출범하고 잘못을 시인한 인종차별자들을 사면하는 등 불행했던 과거 청산을 위해 애쓰며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는 용서와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그가 만든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온 인류에게 인권회복의 모델이 되어 용서와 화해의 참뜻을 깊이 새겨 주었으며, 그의 이념은 노무현 정부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그는 “용감한 사람은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정복한 사람이다”라며 한 인간이 용서와 화해를 통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참으로 용기있는 대통령이었다. 그는 생전에 한국을 두 차례나 방문해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다. 남아공을 줄 테니 한국을 달라'는 위트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장난꾸러기라는 뜻의 '룰리랄라'라는 그의 원래 이름이었다. 잡범이 들끓는 감옥 속에서도 아름다운 영혼을 키워 가며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만델라. 그는 종신 대통령을 맡아 달라는 국민의 요청을 물리치고 국민에게 한 약속대로 대통령으로서 한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그의 보좌관에게 퇴임 기자회견을 준비시켰다. 그러자 보좌관은 오래전부터 국민에게 '한 임기만'을 공언해온 일을 염두에 두고 넌지시 “대통령께서는 오래 전 이미 은퇴를 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장난기 가득 머금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은퇴를 은퇴하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

그는 자신의 말대로 은퇴를 은퇴한 후 평화가 찾아온 남아공의 바오밥 나무그늘에서 용서와 화해의 상징으로 남아있다가 세 번째 은퇴를 하고 지금 하늘나라에서 인류의 인권 신장과 화해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 곳곳에 있는 유색인종들은 지금 그를 '춤추고 노래할 자유를 주신분'이라며 보은의 뜻으로 격정의 춤과 이별가로 그를 추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의 인류평등과 존엄, 인권을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은 막을 내렸다. 이 시점, 한국은 다문화 다인종 시대의 초입에 들어서 있다. 우리는 그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굿바이 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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