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특집]고정관념 버리고 문화예술 접목해 성공가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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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전통시장 활성화 캠페인 (상) 가장 `핫(Hot)'한 시장 탐방

① 손님들로 북적이는 광주 1913송정역 시장 모습. ② 광주 1913송정역 시장 입구 ③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사진위쪽부터)

전통 강조 '광주 1913송정역시장'

일반적인 시설 현대화 대책 대신

100여년 역사 담은 모습 보존·복원

신구 조화 속 청년 창업자 몰려들어

예술이 함께하는 '대구 방천시장'

지자체·지역미술가·상인들 함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등 꾸며

전국서 찾아온 팬·손님들 북적

전통시장을 살리는 일은 지역 기초경제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시발점이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생존의 기회를 찾은 서민들의 애환과 희망이 어우러진 삶과 역사가 함축돼 있는 문화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을 이용하고 가꿔 나가야 하는 이유다. 강원일보는 지난 9월부터 삼척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고, 상인들 스스로가 고객 서비스 질을 높이는 등 자구책을 세우는 계기를 마련할 목적으로 전통시장 활성화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강원일보는 전통시장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향후 삼척지역 전통시장이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할 방향 등에 대해 2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광주 1913송정역시장과 대구 방천시장은 여타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과거 명성에 이어 대형 쇼핑매장의 등장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으나 지자체와 기업, 상인들의 의지가 하나가 돼 지금은 가장 핫(Hot)한 전통시장으로 변신했다.

■'회춘 맞은 100년 전통시장' 광주 1913송정역시장=전라도 광주시에 소재하고 있는 1913송정역시장은 '송정역전매일시장'이 전신이다. 1913년 송정역이 생기고 같은 해 역 인근에 시장이 형성되면서 송정역과 함께 10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하며, 유서깊은 전통을 간직하며 지켜온 시장이다.

한때 생활에 필요한 식재료와 물건을 찾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던 이곳도, 1990년대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대형마트에 밀려 다른 전통시장처럼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결국 송정역전매일시장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다름'을 인정하고, 최신식 건물 증축, 기반시설 확충 등 시설 현대화 위주의 일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과 달리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장이 지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장의 탄생 연도를 넣어 '1913송정역시장'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를 위해 시장에 담긴 100년의 시간은 옛모습을 보존·복원해 상인들 개개인의 추억과 삶의 터전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변신했고, 시장 건물과 점포 외형은 개성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유지하고 각 점포 앞 바닥에 건물건립 연도를 표시한 연도석으로 시장 내 거리를 타임라인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상인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보드는 고객들과 상인들의 시간과 발자취를 둘러보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의 몰락과 함께 버려진 공간은 쉼터와 공중화장실 등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됐고, KTX 광주송정역 이용객을 배려한 열차시간 안내판, 물품보관함 등 편의시설도 설치됐다.

이러한 기반에는 상인들의 노력뿐 아니라 지자체와 기업의 관심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광주시의 관심 속에 현대자동차(주)가 자금을 지원하고 현대카드사가 창조적인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4월18일 정식 개장한 송정역시장은 65개의 점포로 이뤄져 있고, 불과 1년 전만 해도 공실 또는 건물주의 개인 창고로 사용되는 등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입점상가 대부분 특색 있고 다양한 먹거리 위주의 점포로 형성됐고, 청년창업 점포 17개소가 입점해 있어 비어있는 점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송정역시장은 신규 점포 입점 시 임원회의를 통해 업종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며, 프랜차이즈 점포는 입점이 불가하고, 기존 점포와 동일 품목은 중복입점을 지양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새롭게 탄생한 송정역시장은 개점 6개월 만에 전국에서 가장 핫한 전통시장의 한 곳으로 부상했다.

언론매체 등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평일 2,500명, 주말에는 5,000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다녀가고 있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자금 지원 속에 신구 조화를 이룬 콘셉트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죽어가는 전통시장이 회생할 수 있는 정주여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두침침하고 노인들만 찾던 전통시장이 이제는 청년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일반 먹거리 외에도 암뽕순대와 양갱 요거트, 김부각 커피숍 등 다양하고 새로운 메뉴가 개발되고, 손님이 없어도 가게를 닫지 않고 불을 켜 놓고, 오전 11시 점포 개장시간을 지키는 상인들 간의 배려와 약속이 오늘의 송정역시장 부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광석 노래로 잠을 깨는' 대구 방천시장=대구시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방천시장은 전통시장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례를 보여준다.

1945년 광복 후 일본과 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전재민들이 궁여지책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해 1960년대부터 싸전과 떡전으로 명성을 얻었고, 한때 1,000여개 점포가 들어설 만큼 규모가 커 대구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 쇼핑센터가 주변에 들어서면서 방천시장 또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9년 들어 방천시장은 다시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지역 미술작가들과 상인들의 힘을 모아 점포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예술프로젝트인 '별의 별 별시장'을 시작했고,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더해져 대구의 명소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됐다. 쇠락하던 시장에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벽화가 그려졌고, 매일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이곳 출신인 '영원한 가객' 고(故) 김광석을 추억하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꾸몄고,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온 팬과 손님들로 북적거리며 옛 명성을 재현하고 있다.

김광석의 노래와 그림이 벽화로 축대를 채우고 있는 삶과 음악을 테마로 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스토리 벽화, 조형물, 음향시설 등 80여점의 다양한 작품을 설치해 전통시장과 예술이 함께하는 특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났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그의 노래에 지난 추억을 되새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의 새로운 멋을 내고 있다.

시장 군데군데에는 아직도 1960~1970년대 잔재가 남아있는 옛 점포들이 즐비하지만 이들 사이로 젊은이들이 몰릴 수 있는 먹거리 점포가 다양하게 입점하면서 음악에 취하고 추억에 취하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밤을 지새우는 명소로 변신하고 있다. 한식과 중식, 일식을 비롯해 카페와 간식점포, 갤러리 등 문화공간, 작업실 등이 구색을 갖춰 단순히 전통시장의 개념을 뛰어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결과 정부로부터 2013년 향토자원 베스트 30에 선정되기도 했고, 김광석을 기리는 김광석 노래부르기 대회, 김광석 탄생 추모 콘서트, 김광석 추모 거리음악회 등 각종 문화행사와 버스킹 공연 등이 열리고, 마을기업인 '청춘아트팩토리', 사회적기업, 거리에서, 협동조합, 청연 등 문화와 예술이 결합한 새로운 공간들이 생겨나면서 대구시를 대표하는 브랜드 파워로 핵심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척=황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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