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4당, 수권 능력과 정책으로 당당하게 경쟁하라

새누리당 비박계 29명 '신당' 창당 공식 선언

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 신당 등 4당 체제

안보 다지고 경제 살리는 대안부터 내놔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29명이 예고한 대로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 탈당 및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내년 1월24일을 중앙당 창당일로 잡았다. 정국은 이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당, 새누리당, 개혁보수신당의 4당 체제로 굴러가게 됐다. 한국 정당사에서 보수당이 갈라진 일은 없었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집단 탈당하게 된 것은 새누리당이 처한 상황의 절박성을 시사한다. 새누리당은 2003년 전신인 한나라당이 재벌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차떼기 사건' 이후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에도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당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새누리당 비박 세력은 당을 깨고 새로운 당을 만드는 탈당파와 당의 틀은 유지하면서 혁신하자는 재창당파로 갈린 것이다. 새누리당은 과거부터 보수적 가치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제도로서의 정당보다 지도자 개인 중심으로 결속한 사당(私黨)에 가까웠다.

새누리당 탈당파들이 개혁보수신당의 창당을 선언한 배경이다.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보수는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 국민은 친박(친박근혜)당이 무너진 잔재 위에 보수의 가치를 표방하는 현대적인 보수정당, 과거 낡은 유산에 기대는 기득권 집단이 아닌 진짜 보수당의 등장을 기대한다. 한국의 보수정당은 더 이상 특정 인물에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보수적 가치와 이념을 중심축으로 삼지 않고 친박이니 비박이니 유력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뭉쳐서는 결국 사당화(私黨化)와 인치(人治)를 벗어날 수 없다. 개혁보수신당은 그야말로 혁신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4당 체제는 수권 능력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우리에겐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정책적 이슈가 없는가? 오늘날 우리가 중요한 이슈가 없는 단군 이래의 태평성대를 맞이하고 있는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는 이와는 정반대다. 북핵 등 안보위기와 경제위기가 엄습해 오고 있다.

더욱이 국가는 그 내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주권을 잃어가고 있는 주권위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내실을 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경제 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바람 앞의 촛불 신세다. 올해 법원에 파산 또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이 1,533개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보다 무려 200개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올해는 아직 집계 중인 12월 접수를 제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파산·회생신청이 약 1,600~1,7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경영여건이 외환위기에 비견될 만큼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각 당은 안보를 튼튼히 해 나라를 지키고,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정책 경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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