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개인회생제도의 이해

김훈대 춘천지방법원 민사신청과장

저녁에 운동 삼아 가끔 산책을 하곤 한다. 거리를 지나다보면 개인회생 및 파산 신청 대행에 관한 광고를 자주 본다. 개인회생 및 파산이 우리 일상 가까이에 다가와 있으며 이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말한다.

우리나라 법원에서 운영하는 개인에 대한 공적채무 조정제도는 개인회생, 일반회생, 개인파산 세 가지가 있다. 그중 일반회생제도는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없을 만큼 채무액이 과다한 경우로 그 절차가 요건이 엄격하다. 개인파산제도는 공적지위 자격이 제한되고 파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도 있어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개인회생제도는 지급불능에 있는 채무자가 일정 소득이 있는 경우 채무자의 능력한도 안에서 3~5년 동안 최선을 다해 채무를 변제하면 남아있는 채무를 면책해 주는 제도로 과중한 채무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이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회생제도는 채무를 갚으려고 최선을 다해도 채무를 모두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 생각된다. 그러나 신용사회 기반을 약화시키고 사람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즈음 방송가에서 뜨고 있는 방송인 겸 가수 이○○은 과거 사업실패로 수십억 원의 채무를 지게 되었다. 그러나 개인파산을 신청하지 않고 십 수 년째 그 빚을 성실히 갚아나가고 있어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의 경우는 과도한 빚을 진 사람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는 특수한 사례라고 하겠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 면면을 보면 개인적인 낭비벽 등으로 과다한 빚을 진 사람은 거의 없다. 부도로 직장을 잃고 생활비 등으로 빚을 진 경우, 이혼 후 혼자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나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 등을 지원받지 못하고 일용직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경우, 영세 자영업자들 간의 과다한 업종간 경쟁으로 인한 사업 부진 등 개인 한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 법원에서는 위 제도를 운용함에 있어서 개인회생신청 직전의 다액의 대출, 허위자료 제출 등 채무자가 개인회생 절차를 악용하거나 불성실하다고 판단되면 회생 신청을 기각하는 등 제도의 올바른 운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3월 초에 개원한 회생·파산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은 'NEW START' 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전문가들을 배치해 개인회생·파산제도 이용을 원하는 채무자에게 무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와 업무협약을 맺어 개인회생·파산 채무자에게 취업정보 제공 및 취업알선, 직업훈련 등을 지원, 채무자의 실질적 재기를 위해 힘쓰고 있다.

소득불균형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이르고 있다. 빚으로 인한 중산층 붕괴는 개인과 가족의 고통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큰 짐이 될 수 있다. 개인회생제도로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온 채무자가 희망을 갖고 경제활동을 한다면 침체된 내수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고 사회도 더 건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시복지재단(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신용회복위원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에서도 개인회생신청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