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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테크놀로지의 철학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론'에서 “삶의 철학적 개념은 진리를 발견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옳아야 한다고 주장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보편적 정의'와 '특수한 정의'로 구분했다. 전자는 내면적 의지에서 우러나는 '윤리적 덕'이고, 후자는 필요에 의해 균등, 균형을 일궈내는 것이다. 그러나 니체의 '유고'에는 정의롭지 못한 것이 인간사회라고 해석하고 있다. 우선은 진리를 삶보다 우선시하는 습성이 정의가 불충분해지는 이유라는 것이다. ▼기술사회학자 조셉 애거시는 주저 '현대문명의 위기와 기술철학(국역:민음사 간)'에서 휴머니즘, 인간성 결여를 우려했다. 기술발달로 인한 문명의 위기에 대한 인식 위에서 바람직한 기술통제를 위한 철학과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간 부재를 부추기는 기술에 대한 민주적 제어는 필수라는 것이다.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897년 시작된 세계 최초·최대 자동차 전시회, 2017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14일 현란한 막을 올린 가운데 '자동차는 무엇으로 만드는가?'라는 우문에 현답이 나와 주목하게 한다. 르노사의 자율주행기술 총괄연구원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자동차 제작 가치관이자 묘술이다. “천문학적인 자금과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철학'입니다.” ▼자율주행기술 '레벨4' 단계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르노의 자율주행차 개발 목적은 '이지 라이프(Easy Life)'와 연결돼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삶을 편하고 즐겁게 만들기 위해 자율주행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도 결국은 사람을 위해 개발되고 적용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스럽게 들린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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