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무산 큰스님은 마을의 버팀목이셨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제 백담마을과 인연 화제

◇29일 인제 용대리 만해마을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조오현 큰스님을 기리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백담사서 20여년간 머물며

복지사업·인재양성에 힘써

주민들 분향소 만들어 추모

오늘 속초 신흥사서 영결식

지난 26일 원적에 든 속초 신흥사 조실 설악당 무산 스님은 정·재계, 문화예술계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친분이 있었지만 만해마을이 들어선 인제 용대리 백담마을 주민들과도 평상시 허물없이 지냈다.

이런 인연으로 만해마을에는 스님을 기리는 분향소가 주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졌고, 스님을 추억하는 주민들의 발길은 영결식을 하루 앞둔 29일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분향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는 조동임(여·73)씨는 “스님은 입적 전에 자신의 장례가 백담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잔치가 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씀을 주시기도 했다”며 “백담마을 뿐만 아니라 인제 곳곳에 큰스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주민들에 대한 스님의 사랑은 남달랐다. 컴퓨터가 처음 상용화되기 시작했을 때 주민들을 위해 직접 컴퓨터를 마을회관에 기증하기도 했고, IMF 시절 낙향한 젊은이들을 위해 버스를 운영하는 향토기업에 버스 기증과 함께 운영을 위한 도움을 주며 주민들의 일자리 마련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30일 신흥사에서 봉행되는 영결식에 참석해 조사를 낭독하는 정래옥(74) 전 백담마을 이장은 “20여년 동안 백담사에 계시면서 종종 인제는 고향과 같은 곳이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설악배움터에 장학금 기부 등 지역인재 양성과 주민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시며 통 큰 쾌척을 자주해 칭송이 자자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수익사업을 통한 주민사업 기반 마련을 위해 거금을 남모르게 내놓기도 했다. 이에 주민들은 그 뜻을 기리기 위해 큰스님의 호를 딴 '무산용대장학회'를 조성해 지역인재 양성에 힘을 쏟기로 했다.

장범영 용대2리 이장은 “동서고속철도 마을 관통 노선으로 인해 주민들이 투쟁에 나섰을 때도 사정을 전해듣고 많이 안타까워하셨다는 말씀을 듣기도 했다”며 “경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마을의 버팀목이셨기에 더 각별하게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29일 속초 신흥사에는 이희종 강원일보사장을 비롯해 방상훈 조선일보사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경희 KBS춘천방송 총국장, 원경환 강원지방경찰청장 등이 조문하고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영결식은 30일 오전 10시 신흥사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되고, 다비식은 고성 건봉사 연화대에서 치러진다.

오석기·김천열기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