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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강릉해변 규제완화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져선 안 돼

손철 강릉원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해안경관 조망과

실제이용에 대해

피해 최소화해야

얼마 전 개봉됐던 '퍼시픽 림'이라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카이주라는 해저로부터 출현하는 외계 괴수를 막기 위해 전 세계 해안가에 거대 장벽이 건설된다. 이 영화에서 바다란 괴수가 출현하는 공간이고 이 공간과 육지를 분리해 인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장벽의 건설이 불가피했던 선택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현상이 강릉에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해 바다에 괴수라도 출현할 조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을 전후해 투자 유치를 위해 경포도립공원과 해안가 일원에 '특구'라는 명목으로 거대한 숙박시설이 이미 몇 개 건축됐으며, 앞으로도 이것이 가능하도록 특구가 확대될 예정이다. 특구는 성격상 규제의 완화를 의미하며 규제의 완화는 다양한 창의적 발상이 현실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자치단체장의 이기심만을 허용해 그저 개발행위만 극대화하도록 한다면 해안가라는 자원이 가진 공공적 가치는 여지없이 손상되고 만다.

강릉의 해안가에 대한 규제 완화와 관련해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해안가 지역에 건립되는 구조물들이 일종의 장벽 형태로 들어서는 것이다. 이처럼 강릉 해안가에 호텔, 주거시설, 상업시설이 빼곡히 만리장성처럼 들어선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시민들이 그저 자신의 집에서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던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사라지고, 평범한 시민은 바닷가에 접근하기 위해 누군가의 시설을 불편하게 통과해야 하며, 반드시 누군가의 시설에서 돈을 지불해야만 바다경관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혹자는 토지 소유주도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투자로 인해 고용이 늘어나면 되지 뭐가 대수인가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막아야 할 괴수도 없는데 아름다운 해안가가 콘크리트 구조물로 가득 채워지고 이것이 마치 만리장성과 같아질 때 강릉이라는 도시의 품격이 현저하게 손상되는 재앙에 직면하게 된다.

도시경관의 보호와 도시개발, 이 두가지는 결코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도시경관을 보호하면서 도시를 경제적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올림픽특구의 개발은 앞으로 강릉의 장래를 결정할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여기서 양적 성장을 위해 강릉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인 경관의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커다란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특구 내에서 개발을 허용할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일반시민의 해안경관에 대한 조망과 실제 이용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엄격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이를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특구 안의 건물은 그 자체로 매력적 관광대상이 될 수 있도록 개성 있고 아름다운 구조를 가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코펜하겐, 시드니 등을 세계적 도시의 반열에 올린 것은 수변공간에 입지한 상업시설이나 숙박시설이 아니라 오페라 하우스, 도서관과 같은 문화시설이다. 테마파크나 거대한 호텔은 재미라는 요소를 제공하지만 결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는 기여할 수 없다. 강릉의 수변공간이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시설에 대한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강릉을 상징할 바다조망을 가진 멋진 도서관을 특구에 건축하는 것은 어떨까? 코펜하겐의 '블랙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덴마크 왕립도서관처럼!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아름다운 경관이 보존된 강릉을 만들어 가는 것은 강릉시의 의무이며 이것이 지켜지도록 시민들이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의도하지 않게 강릉 해안가에 만리장성과 같은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는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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