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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뒤틀린 일상(日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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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이 화두다.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국가, 공동체의 시스템이 공공에의 기여로 요구되는 만큼 개별적인 생활의 만족도가 생의 의미로 인식된다. 그래서 하는 말, 역사는 거시(巨示)와 미시(微示)의 톱니바퀴다. 일상생활이 결합돼 삶이 되고, 저마다의 삶이 조합돼 시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개인의 생활과 시류의 상호작용이다. 역사연구에서 미시사가 지니는 가치다. 그 요소·요인이 '일상'이다. ▼예술영화 '천국보다 낯선'으로 상장되는 짐 자무쉬 감독의 작품 '패터슨'의 묘미다. 주인공은 패터슨, 그가 사는 도시명도 패터슨이다. 그의 직업 버스 운전사에서 연상되는 직무패턴이 그렇듯 생활 역시 반복의 연속이다. 나날이 반복되는 패터슨의 생활이 계속될수록 관객은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단조롭고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되풀이 형식·굴레 속에 나타나는 존재·현상의 다름이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일침 '차이와 반복(국역:민음사 간)'인 것이다. '패터슨'이라는 도시에 사는 패터슨의 생활에 대해 평자들이 '일상의 시(詩)'라고 일컫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온통 비정상이다. 개인적인 일상생활도 그렇거니와 직장·학교·산업 등의 운영체계가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정부가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넘겼는가 하면, '국가의 심장'인 청와대는 24시간 비상근무체계로 전환했다. 그야말로 난국(國)이다.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종교 행사, 집회 등의 단체활동을 삼가고 야외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 정부, 질병관리본부의 당부다. '사회적 거리 두기'다. 일상생활에서도 2m 거리를 두라는 권고다. 코로나19는 침방울 등 비말전파가 감염경로인데 타인으로부터 옮겨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간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스크 대란'이고 보면 '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오아시스 간)'가 정설인지 역설인지 헷갈린다. 고충 반복이 아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길….

용호선논설위원·yon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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