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산골 두남매 성장환경 열악
노쇠한 조부모 돌봄 한계 불가피
성장기 아이들 독립적 공간 필수
지역 기업체 후원 주거개선 동참
민규(가명·8)와 민서(가명·6) 남매는 요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곧 깨끗하고 튼튼한 공부방이 생기기 때문이다.
횡성의 시골 산속에 자리한 민규의 집은 비교적 최근에 리모델링을 마쳤지만 여전히 낡은 벽지와 곳곳에 핀 곰팡이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온 어머니는 가출해 연락이 두절된 지 오래였고, 아버지는 한동안 타지에 나가 일하게 되면서 남매를 온전히 보살필 수 있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몸이 불편한 조부모가 남매의 주 양육자가 됐지만 수납장조차 없는 집은 늘 어지러웠다. 옷가지는 항상 바닥에 널브러진 상태였고, 방바닥은 계절과 관계없이 끈적거렸다. 그나마 남은 방조차 창고로 활용되면서 남매에게 주어진 공간은 거실 한편뿐이었다. 결국 지난해 아버지가 타지 생활을 접고 돌아왔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래도 분리불안 등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남매를 위해 마당에 그네를 만들고, 마당 귀퉁이에 작은 스피커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민규에게 제대로 된 학습 공간을 꾸며주고 싶었던 마음은 경제적 사정으로 접어야만 했다.
이러한 사연을 접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인 ‘내가 그린 집'을 통해 민규·민서 남매의 밝은 미래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기업인 횡성 알프스대영컨트리클럽(대표:유두열)도 동참해 주거환경 개선비용을 후원한다.
김승배 횡성 알프스대영컨트리클럽 본부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키울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은 필수적”이라며 “열악한 주거환경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공부방을 마련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횡성지역 아동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수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