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전시리뷰]황효창 개인전 ‘할말하않’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형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주는 임팩트 여전히 폭발적”

◇황효창 화백의 ‘할말하않’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개나리 미술관.

할말하않(Bite My Tongue).

전시를 열어 놓고는 대놓고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린다.

황효창 화백 다운 전시 타이틀이다.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그의 예술관을 관통하는 찰떡같은 표현이라 그 기발함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이 표현하려고 한 것들을 관람객 스스로 느껴보라는 의미 또는 ‘세상을 향하는 침묵의 일갈’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개나리미술관에는 그 흔한 도록이 없다. 작업노트는 물론이고, 심지어 갤러리 벽에는 작품의 제목도 붙어있지 않다.

◇황효창 화백의 ‘할말하않’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개나리 미술관.

화가가 글이나 제목으로 의미를 강조하면 관람객의 작품 감상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작가의 평소 지론이 갤러리 곳곳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자칫 불친절 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작품은 더 강렬하게 눈 안에 들어와 버린다. 인형이기 때문에 더 극적으로 표출되는 그의 표현법은 여전히 관람객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황효창 ‘만취’

사람이 아닌 인형이 짓는 미세한 표정의 변화가 주는 임팩트는 여전히 폭발적이다.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만나는 최근작 ‘만취(2022년)’가 그렇다. 소주병을 옆에 두고 널부러져 누워있는 ‘술에 취한’ 삐에로 인형의 모습에서는 취해야만 견딜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 ‘만취’라는 작품이 황화백의 2011년 작인 ‘인형과 소주병’에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 하다는 것이다. 소주병에 3분의 2쯤 남아있던 소주는 이번 작품에서는 싹 비워져 있다. ‘불통’ 역시 2006년 ‘번호 붙인 사람들’ 의 2022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황화백의 작품은 그가 처음으로 인형을 소재로 선택했을 때 부터 우리 사회의 현실을 투사하는 상징으로 자리하며 선글라스를 끼고, 촛불을 들고, 마스크를 한 모습으로 ‘서사’를 이어가고 있다.

◇황효창 화백의 ‘할말하않’ 전시가 열리고 있는 개나리 미술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