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바이든? 날리믄? 핵심은 의사소통전략

김연희 상지대학교 FIND 칼리지 조교수∙응용언어학

‘바이든’이냐 ‘날리믄’이냐.

정치권발 대국민 듣기평가가 핫이슈다. 하지만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나 사과 여부 같은 정치적 쟁점과는 별개로, 이번 논란은 주요 의사소통 요소가 쟁점이어서 어학을 가르치는 내 입장에서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처음 대통령실에서 ‘날리믄’ 해명이 나왔을 때 언어 전공자로서 가장 의아했던 점은, 어떤 근거로 파열음 /ㅂ/과 비음인 /ㄴ/ 을 서로 대체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바이든과 날리믄은 초성이 완전히 달라서 한글을 모국어로 말하는 우리 국민이 혼동해서 들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생 생활에서 바보를 ‘나노’ 로 듣거나 ‘바가지’를 ‘나가지’로 잘못 들을 일이 자주 있을까? ‘나는 밥을 먹었다’를 ‘바는 납를 먹었다’로 들을 수 있을까? 여전히 미스테리하다.

그래도 대통령실의 해명을 최대한 믿어보고자, 그간의 지식을 바탕으로 ‘날리믄’의 근거를 찾아 보니, 흥미로운 자료 하나가 있었다. 한국어 /ㅂ/소리는 외국인이 상당히 어려워하는 발음 중 하나인데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ㅂ/소리를 /ㄴ/으로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은 외국인 전문가에게 비디오를 보여주고 ‘날리믄’으로 들린다는 답변을 받은 것일까? 외교적 파장이 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우리 국민보다는 외국인에게 어떻게 들릴지가 더 중요했었던 것일까? 이 추론이 씁쓸한 건 한국어 듣기에서 우리 국민이 외국인 전문가에게 밀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ㅂ/과 /ㄴ/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소란이 벌어졌다. 처음 보도된 그럴듯한(?) 문장과 달리, 전혀 다른 맥락의 단어와 문장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 종합해보면 당시 상황과는 전혀 관련 없는 발언을 했다는 것인데... 생뚱맞게? 뜬금없이?

우리는 보통 누군가의 말을 들었을 때 상황의 앞뒤 맥락을 통해 그 말을 더 확실하게 이해하려 한다. 이러한 ‘문맥’ 혹은 ‘맥락’의 이해는 중요한 의사소통 전략으로서, 발음이 다소 불확실하게 들리더라도 문장을 완성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음성 인식 컴퓨터조차도 사람보다 낫다고 단정 할 수 없다. 실제로 실시간 음성 자막 서비스와 원음을 비교해보면 비슷하지만 엉뚱한 단어로 해석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기계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들리는 대로만 쓰기 때문이다. 논란의 영상 발언을 첨단 기계로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발음이나 단어, 문장과 같은 언어적 요소와 ‘상황’과 ‘맥락’이라는 비언어적 요소를 결합해 언어를 파악하는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보여준다. 국민의 58.7%가 ‘바이든’으로 들었다는 여론조사 결과 역시 ‘맥락’ 속에서 언어를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일반 국민들의 보편적인 의사소통전략 사용 결과가 아닐까 한다.

분명한건, 이번 논란의 확산이 언어 영역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의사소통 방식은 개인의 업무능력과 인성을 가늠하는 중요 잣대로 평가 받는다. 하물며 대통령의 의사소통 방식과 전략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품격을 좌우한다. 수습되지 못하는 대통령 발언 논란에 걱정도 한없이 커지는 이유이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