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산이 울면 눈이 내린다

유희동 기상청장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속담 중 날씨에 관련된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산이 울면 눈이 내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초겨울, 시베리아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세력을 확장하면 우리나라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추위가 밀려온다. 서해상을 통과한 강한 바람이 높은 산을 넘어갈 때 ‘우웅’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선조들은 이를 ‘산이 운다’라고 표현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리가 들리고 몇 시간 뒤에 눈이 내리곤 해서, 옛사람들은 ‘산이 울면 눈이 내린다’라고 말하며 눈이 내릴 것을 알고 대비하였을 것이다.

바람이 산을 넘을 때 우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현상은 빈 병에 바람을 불면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인‘공명(共鳴)’이다. 겨울철 주력 기단인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며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서해상을 지나 습한 상태로 산맥에 부딪힐 때, 등압선이 저기압 중심으로부터 길게 뻗어 골짜기 모양을 이룬 구역인 ‘기압골’과 등압선이 고기압 중심으로부터 길게 뻗어 언덕 모양을 이룬 구역인 ‘기압능’의 영향에 의해 산이 우는 듯한 소리가 나게 되는 것이다.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비롯된 북서풍은 서해상을 통과하면서 충분한 습기를 머금고 내륙으로 유입된다. 이 바람은 주로 차령산맥, 소백산맥을 넘어가며 경기 남부, 충청도, 전북 북부에 눈을 내린다. 간혹 북서풍이 강화되어 태백산맥을 넘어갈 때는 강원 영서에 많은 눈을 유발하기도 한다.

발해만 기압골은 겨울철에 발해만 부근에서 발달하기 시작하는 차고 건조한 대기 상층의 기압골로, 주로 11월 하순부터 12월 중순 사이에 따뜻한 발해만 인근으로 남하한다. 발해만 기압골이 발달하면 수증기가 추가로 공급되고 풍속이 빨라져 강수의 강도가 강화되기도 하고, 기류의 후면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공기가 부딪쳐 불안정해진 후 지상과 맞닿아 비구름을 만드는 전선대를 형성하여 추가적인 강수대를 만들기도 한다.

발해만 기압골에 의해 내리는 눈은 강원동해안의 적설량에 비해 훨씬 적어 보이지만,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2017년 11월 25일, 강원 영서에 내린 눈으로 인해 홍천군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각 11중, 6중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대설 시에는 도로에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도로 살얼음, 안개 등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국지적인 기상현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위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중심으로 고정관측소 24개소를 설치하고, 운전자의 안전과 효율적인 도로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실황 기반의 도로위험 기상정보를 내비게이션과 도로 관리기관에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다설(多雪) 지역인 강원지역의 경우에는 원주지방국토관리청, 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와 협업을 통해 대설 시작 1~3시간 전부터 국도 및 고속도로 위 도로 전광판에 대설 예상 시간, 예상 적설 등 구체적인 위험기상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강설 집중시간, 눈 성질(건설․습설), 도로제설 위험수준 등의 기상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여, 장비 및 인력의 효율적 배치, 도로통제 구간 설정 등 도로안전 관계기관의 선제적 방재 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상청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 지원 체계를 지속하여 발굴하고 대설 위험기상정보의 사전 전달 방법을 확대하여, 국민의 안전을 사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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