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정칼럼]집행사건 배당기일이 있는 일상

정운교 춘천지방법원 사법보좌관

오늘은 집행사건 배당이 있는 날이다. 복잡한 사건이 있는 날은 종종 잠을 설치곤 한다. 새벽 5시 30분 알람이 울어댄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곧바로 아침밥을 하기 시작한다. 압력밥솥을 구입했더라면 아침 시간을 조금 더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돈 몇 푼 아낀다며 일반 전기밥솥을 산 탓에 이렇게 아침형 아닌 아침형 인간이 되어 지내고 있다. 공지천변을 걷는 출근길에서 항상 상쾌한 에너지를 얻는다. 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걷고 있고 몇몇은 뛰기도 하는 아침 풍경들이 정겹다. 강 주변에는 수십 마리의 백로가 흐르는 강물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다가 그중에 몇 놈은 큼지막한 물고기를 차지하고자 발버둥 치고 있다. 백로와 같이 먹이 사냥에 나선 오리들도 쉴 새 없이 머리를 반복적으로 물에 집어넣으며 아침 먹잇감을 찾고 있다. 오늘따라 하늘빛이 시리도록 푸르다. 저 멀리 영산홍이 펼쳐진 언덕 위로 하얀 사무실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잠시 이완되어 있던 몸에 긴장을 얹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니나 다를까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배당 사건이라 이미 법정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다. 배당기일에서는 법원이 미리 작성한 배당표원안을 배당기일에 출석한 이해관계인과 배당을 요구한 채권자에게 보여준다.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가 있으면 그 이의 있는 부분에 한하여 배당표는 확정되지 않는다. 배당 이의에 의한 배당의 저지는 일시적인 것이고 신청한 자가 배당기일로부터 1주 이내에 배당이의의 소 등을 제기하여 이를 배당 법원에 증명하지 않으면, 배당이의를 취하한 것으로 보아 유보되어 있었던 부분에 대하여도 배당표대로 배당을 실시하게 된다.

특히 채무자가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의 정본을 가진 채권자에 대하여 이의를 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한다. 또한 그 소에 관한 집행정지재판을 받아야 한다. 채무자가 집행력있는 집행권원의 정본을 가진 채권자에 대하여 청구이의의 소가 아니라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 간혹 채무자가 이의하는 경우 집행정지를 명하는 잠정처분의 정본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와 그 소에 관한 집행정지를 명하는 취지의 잠정처분의 정본을 1주 내에 집행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그 중 하나라도 제출하지 않은 때에는 이의가 취하 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법정에서 배당을 진행할 때 이 부분에 대하여 명확히 고지하고 있으며 이의권자들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복잡한 일과를 마친 날, 친구와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메뉴는 숭어회이다. 자산어보에서 숭어는 하얀 속살에 붉은색을 띠며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한다. 이런 날은 소주가 달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에게도 저런 푸르른 날이 있었지’ 한때는 우정으로 위로받고 독서와 사색으로 깊이 있게, 그리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추구하며 살고자 했다. 그러나 돌아보니 삶은 그렇게 만만 하지가 않았던 것 같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공지천이 고요하다. 피아골의 삼홍소 단풍처럼 이제는 주변 사람들을 시나브로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는 넓고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나 자신을 격려하며 어제 밤 부족했던 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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