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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플랫폼 사회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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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쥔 게 2011년 즈음으로 기억된다. 당시 데이터 사용에 따른 과금에 매우 민감했었고, 무엇보다 통화와 문자메시지에도 초당, 건당 과금이 붙던 시절이어서 꼼꼼한 소비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때 접한 카카오톡 앱은 신세계였다. 앱을 처음 스마트폰에 설치했을 때, 이미 내 스마트폰에 저장된 지인들 중 먼저 앱을 내려받은 사람들의 명단이 쭉 떠올랐다. ▼문자메시지 대체재였던 카카오톡은 세월이 지나면서 모든 걸 담아낸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단순한 문자 대화를 넘어서 사진과 영상 보내기 기능이 추가됐고, 심지어 ‘단톡’이라는 단체 카카오톡 방은 언로의 수단이 됐다.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무제한 통화도 가능하다. 귀여운 이모티콘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고, 다양한 선물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돈도 송금할 수 있는 금융 기능이 더해졌다. ▼지난 주말 우리는 끔찍한 사태를 경험했다. 카카오데이터 관리시설이 입주한 경기 성남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났고, 안전상의 이유로 데이터센터의 전원을 차단하면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오류를 일으킨 것이다. 이로 인해 카카오톡이 장애를 겪은 것은 약 18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번거로움 이상의 요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늘상 카카오톡 앱만 누르면 활짝 열릴 것만 같던 세상이 단절됐고, 온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후폭풍은 거셌다. ▼디지털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플랫폼 사회의 또 다른 얼굴로 비쳤다는 점에서 엄중한 경고다. 편리성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의 소통이 순식간에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 무엇보다 경제·사회활동의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때도 숱한 대책이 쏟아졌지만, 결과론적으로 달라진 게 없었다. 우리의 데이터는 소중한 정보 자산이다. 그렇기에 재난 상황에서도 온전히 보전되고 상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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