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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병역특례’

아들을 군대에 보낸 대한민국 부모들의 애잔한 심정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군대가 좋아졌는데도 노심초사다. 오죽하면 ‘아들 군대 보낸 심정’이란 말이 따로 있을까. 그러니 다른 건 몰라도 군대 문제만큼은 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똑같아야 한다. ‘누구는 군대 가고 누구는 군대 안 가고’를 참지 못한다. ▼아들을 군대 보낸다는 것, 부모에게는 조금은 힘든 경험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군대 얘기는 술자리 단골 안주다. 거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가 제일 고생했고,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다는 등 회자되는 얘기는 끝이 없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간다.” 군 생활이 지겹고 힘들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남아들이 수도 없이 되뇌었을 말이다. ▼이 말을 제대로 실감하는 병사가 말년 병장이다. 추억록을 작성하며 군 생활이 며칠 남았는지 따져보는 것이 말년 병장의 주요 일과다. 신병에게 “너 같으면 자살하겠다”는 농을 할 수 있는 ‘특권’도 가진다. 신병들은 아침에 기상하면 “전역 며칠 남으셨습니다”라고 말년 병장에게 신고를 하곤 했다. 군 생활이 까마득하게 남은 신병은 말년 병장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전역이 불가능한 꿈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병역특례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원론적으로 없애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군 입대 의사를 밝혔다. 가장 나이가 많은 진(본명 김석진)이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다른 멤버들도 이후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것이라고 한다. BTS는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만 30세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였다. 그러나 병역특례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스스로 매듭지은 것이다. 차제에 예체능 분야 병역특례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병역 특례를 최소화하되, 특별한 재능을 꽃피울 기회는 닫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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