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우리 천사같은 영령들이여…이제 편한 데서 꽃 피소서

이남규 미소금융강원춘천법인 대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습니다. 우리의 꽃다운 아이들 156명이 너무 허무하고 참혹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아직 어리광을 부릴 나이인 활짝 피지도 않은 우리의 10대 20대 아들딸이 대부분이라서 더욱더 마음이 아픕니다. 이 세상에는 참 슬픈 일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족을 잃은 슬픔은 고통이 큽니다. 가족을 잃은 고통 중에서도 제일 가혹한 것이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이라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창자가 끊어질 듯한 고통이라는 뜻으로 ‘단장지애(斷腸之哀)’란 말로 표현했을까요. 이번 참사로 아이를 잃은 어느 미국 아버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등을 칼로 1억 번 찔린 심정”이라고.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10년도 안 됐는데, 또 이런 엄청난 일이 발생했습니다. 글로벌 도시라는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세계의 젊은이들도 찾아온다는 이태원 골목에서 믿기지 않은 참혹한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늘 그렇듯 사고 뒤엔 회한이 많습니다. 듣자 하니 1천 명 이상이 모이는 축제 등에 적용되는 매뉴얼도 있었습니다. CCTV, 전철역 게이트 등 모니터링 수단도 있었습니다. 축제를 앞두고 관계기관 대책회의도 열었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이유인즉슨, 축제 주최자가 없다는 이유로, 또는 매뉴얼에 없다는 이유로, 우리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엇보다도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하는 안일한 현실 인식이 진짜 문제였다는 것을, 이제 다시금 알아가며 땅을 치고 있습니다.

혹여 일부 사람들은 단순히 ‘핼로윈데이’라는 이상한 행사에 왜 갔느냐고들 아이들을 탓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못 갈 데 간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이 시대 우리 아이들은 ‘코로나19’에 막혀 푸릇푸릇한 젊음 한번 발산하지 못하다가 또래 청춘들과 그 젊음의 거리를 즐기러 갔을 뿐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지 못하게 만든 어른들이 잘못한 겁니다.

이제 아프고 슬프지만 참사를 딛고 또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참사 뒤에 찾아오는 분노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녹여야 합니다. 참사를 기화로 정쟁만 일삼는 일이라든가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족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좀 없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유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야 합니다. 아직도 몸과 마음을 다쳐 고생하는 우리 아이들을 치유하고 보듬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잘못된 시스템은 고치고, 일깨우고, 학습해야 합니다. 이러는 것이야말로 억울하게 먼저 간 우리 아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편안하게 잠들게 하는 길일 것입니다. 이러는 것이야말로

또래 청춘을 잃고 절망하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다시 일상에 적응하게 하는 길일 것입니다. 이번 참사로 우리 곁을 떠난 천사 같은 우리 아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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