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재난 극복 매뉴얼, 지속적 평가·보완 이뤄져야

매뉴얼, 상황을 최대한 고려한 기본적인 사항
무조건 준수해야 하는 규정이라는 인식 탈피
점검·훈련을 통해 실효성 확보가 중요

이태원 참사 잘못을 따지고 처벌하는 것은 급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대형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국민의 분노-관계자 문책-재발방지 약속’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대책은 흐지부지되고 유사한 사건이 재발했다. 이제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일이 벌어지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기보다는 당장 위기를 모면하려는 응급 수준에 머물고 만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재난 대응이 예방이 아닌 수습 중심의 체계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예방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시간이 걸리며 국민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예산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안전 수준을 높일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태원 참사 당시 행정 당국이 예방과 통제에 실패했다는 ‘책임론’이 고개를 들면서 겨울축제와 해맞이 등을 앞둔 강원도 내 지자체들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각 시·군들이 안전감찰을 벌이고 앞으로 치러질 각종 대형 행사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미리 수립·점검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강원도는 3, 4일 이틀간 홍천과 평창을 시작으로 특별안전감찰에 들어간다. 매뉴얼을 통해 지역축제에 대한 사전 안전계획과 현장 상황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재난에 대응하는 매뉴얼은 지속적인 평가와 보완이 이뤄져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재난위기관리 매뉴얼은 재난관리 담당자의 역할과 절차를 정하는 것이다. 이는 재난 현장에서 대응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소용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대응 시간의 단축은 국민 보호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매뉴얼을 재난 현장에서 무조건 준수돼야 하는 절대적인 규정으로 봐서는 안 된다. 즉, 재난 상황이 우리가 예측한 대로 발생하거나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뉴얼은 최대한 재난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작성돼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없는 매뉴얼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매뉴얼은 재난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매우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그 작성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 때문에 매뉴얼은 작성 당시 예측되고 고려되지 못했던 사항이 있는지 여부, 재난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현장에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꾸준히 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 매뉴얼은 위기관리의 유용한 수단이지만 자칫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기존 방식을 고수해 새로운 적용 방식 추구에 장애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매뉴얼을 새로운 재난 대응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매뉴얼의 지속적인 개선과 새로운 매뉴얼 창출이 요구된다. 재난관리 매뉴얼은 시스템 그 자체가 아닌 일부분으로서 장기적인 점검 훈련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다 매뉴얼의 불필요한 대외비 또는 보안 해제를 통해 공개적인 점검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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