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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죽음을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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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강원대병원 진료처장 호흡기내과 교수

건강을 위해서는 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환경도 중요하다. 주변에 걸어다닐 수 있는 도로와 산책할 수 있는 녹지가 얼마나 있는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 확보가 되어 있는지가 최근에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고, 도시설계를 할 때에도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데, 강원도는 산이 많아서 녹지가 많지만 실제로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개인과 사회가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고 건강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인간은 돈을 벌기위해 건강을 해치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많은 돈을 쓴다는 말이 있듯이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유가 보장되는 것도 건강을 생각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건강을 위해서 노력하더라도 질병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생길 수 있다. 원인이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폐암에서 가장 큰 위험요인이 흡연이어서 흡연을 하면 폐암의 위험이 많이 올라가지만 흡연자 모두가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흡연을 하지 않은 경우도 암에 걸릴 수 있다. 현재로는 흡연을 했을 때 누가 암에 걸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아주 확실하게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모두에게 금연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예를들어 폐암으로 진단이 되었다고 알려드리면 어떻게 치료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물어보기에 앞서, 왜 걸렸는지를 물어보는 보호자가 많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답을 하기 어려운데 흡연을 하는 경우라면 담배가 주된 원인이라고 하겠지만, 흡연을 하지않은 경우라면 설명하기가 더욱 어렵다. 직업적으로 또는 주변 환경에서 석면에 노출된 경우도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고, 이경우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보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해당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세먼지도 폐암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를 개인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운데, 미세먼지 노출이 통계적으로 폐암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 연구결과로 밝혀진 바 있지만, 어떤 사람이 미세먼지에 의해서 암에 걸렸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폐암을 줄이기 위해 국가에서 주도해서 흡연율을 줄이고, 석면 노출도 줄이고, 미세먼지 농도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폐암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아직은 어렵다.보호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누군가 잘못해서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일 수도 있는데,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병에 대해 누구를 탓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많은 질병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이 정립됐고, 평균 수명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대전제는 아직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마지막이지만 평소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회복할 수 있는 환자의 경우는 적극적인 치료로 사망을 줄여야하고, 특히 강원도의 경우 치료가능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데 의료 접근성이나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병의 원인을 밝혀서 예방하고 사망율을 낮추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도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하겠고, 죽음 이후에 따뜻하게 기억하고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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