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어쩌면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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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춘천시립인형극단 '변신'
프란츠 카프카 동명소설 이병훈 연출

◇춘천시립인형극단이 18, 19일 춘천인형극장 대극장에서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변신’을 선보였다.

우리들은 '벌레'로 변신하는 중인 걸까, '벌레'에게서 벗어나는 중인 걸까. 지난 18~19일 춘천시립인형극단이 춘천인형극장 대극장에 올린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변신’을 보고 든 생각이다.

작품은 현실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원작으로 이병훈 연출가가 구성, 연출한 이 작품은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니 거대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의 이야기를 다뤘다.

◇춘천시립인형극단이 18, 19일 춘천인형극장 대극장에서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변신’을 선보였다.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노동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회사는 그를 부품으로만 여겼다. 생계를 힘겹게 책임지던 그가 흉측한 벌레로 변하자 처음에는 그를 측은하게 여기던 가족들도 점차 변심해갔다. 사과를 던져 상처를 냈고, 방을 청소해주지도 않았다. 마침내 비좁은 방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 그레고르를 두고 가족들은 소풍을 떠난다.

1915년 최초 발행된 원작 소설이지만 작품 속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닮았다. 원작의 본질을 감각적으로 연출한다는 평을 듣는 이병훈 연출가는 인형극을 활용해 내용을 어렵지 않게 전했다. 공연 공간과 객석이 모두 춘천인형극장 대극장 무대 위에 마련돼 관객들은 배우와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며 인형의 섬세한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이던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는 장면은 인형, 연출과 어우러져 세련되게 표현됐다.

◇춘천시립인형극단이 18, 19일 춘천인형극장 대극장에서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변신’을 선보였다.

가족, 사회와 단절돼 소외되는 그레고르의 모습은 가족의 공간과 그의 방 사이 너머가 보이는 얇은 벽으로 구성해 더 와 닿았다.

공연 후의 장면도 인상적으로 남았다. 이병훈 연출가는 인형극이 끝난 후 무대에서 내려온 관객이 다시 극장의 원래 객석을 통과하도록 했다. 객석에는 모양이 다른 벌레 그림들이 붙어있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깬 그녀는 벌레가 되어 있었다'는 말로 끝나는 공연은 앞으로 '일'에 뛰어들 그레고르 동생, '그레테'도 벌레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개인의 노력과 상관 없이 시스템의 거대한 벽에 부딪히는 사회 구조 속,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보다 부속품으로 존재했던 100년 전 그레고르와 현시대의 '우리'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붕괴돼 가는 인간성을 짚었던 원작과 인형극으로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연출한 공연에 박수를 보내고 극장을 빠져나오며, '변신'하지 않으면 우리들도 모두 벌레로 '변신'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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