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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범죄자도 아닌데 같은 유족끼리 은밀하게 만나야 하나"…이태원 참사 유족들 협의회서 소통 이어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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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수소문 끝에 겨우 연락, "진실 밝히는 것이 남은 사람 역할"

이태원 참사 유가족 65명으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가 모임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공유해가기로 했다.

한 달 전 이태원 참사에서 딸을 잃은 A씨는 장례를 마치자마자 생계를 위해 일터로 향해야 했다.

참사 3개월 전 서울 한 백화점 직원으로 취직한 A씨의 20대 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이던 친구와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휩쓸려 함께 참변을 당했다.

그날 허망하게 자식을 보낸 A씨는 딸 아이 자취방에 한 번도 가보질 못했고, 마지막 얼굴도 못 봤다는 후회와 자책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참사 다음 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딸을 찾아 직접 병원 응급실을 정신없이 쫓아다녔던 게 떠오를 때면 희생자 파악이 더뎠던 정부에 억울함과 분통이 터져 나왔다.

정부의 장례비·생활안전자금 지원을 놓고 '놀러 가서 죽은 사람들을 왜 지원해 주냐'는 인터넷 댓글을 볼 때면 또 한 번 가슴에 생채기가 났다.

표현할 곳도, 들어줄 곳도 없이 오롯이 혼자서 슬픔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아버지는 결국 다른 유가족을 찾아 나섰다.

알음알음 수소문 끝에 지난 19일 광주 지역 희생자 4명의 유가족이 광주 한 카페에서 만나 2시간 동안 참담한 심정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참사와 정부 대책에 대한 의문점, 억울한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고 협의회에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아버지는 "유가족 연락처도 공유되지 않아 수소문해서 만나야 한다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며 "우리가 범죄자도 아닌데 같은 유족 만나는 걸 왜 이리 은밀히 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꽃다운 나이에 변을 당한 딸을 가슴에 묻고 평생 멍에로 살아간다니 나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며 "남아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진실을 밝히고 진심 어린 사과도 받아내야 떠난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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