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년(광해군 1년) 8월25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미확인비행물체, UFO 사건(?)은 한달 뒤인 9월25일 강원 감사 이형욱에 의해 임금에게 보고 되고 실록(광해군 일기 20권)에 남겨진다. 기록에 따르면 현재의 고성군 간성읍을 가리키는 간성군을 시작으로 원주목, 강릉부의 하늘에서 진행된 기이한 자연현상들은 모두 사시(巳時·오전9~11시)에 진행(①편 참조)된다.
이어 오시(午時·오전11~오후 1시)에 이르러서는 춘천부의 하늘에도 무엇인가 비정상적인 현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와 관련된 실록의 기록(광해군일기 20권, 광해 1년 9월 25일)에서는 조선시대에 UFO를 묘사할 때 자주 쓰인 화광(火光·타는 불의 밝은 빛)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화광의 모양에 대해서는 커다란 질그릇(실록에는 큰 동이(大盆·대분)로 표기)을 닮았다고 쓰고 있다. 동이의 모양이 보통 둥글면서 배가 부르고 아가리가 넓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1~2시간 전 강릉부에서 나타났던 호리병 같은 형체와는 또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큰 동이 모양의 UFO는 동남쪽에서 생겨서 북쪽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나오는데, 매우 크고 빠르기는 화살 같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후에 재미있는 표현이 하나 등장한다. “불처럼 생긴 것이 점차 소멸되고, 청백(靑白)의 연기가 팽창하 듯 생겨나”라는 부분이 그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현대의 로켓이 발사된 후 보조 추진체가 분리 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상황과 매우 흡사한데,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 ‘팰컨 헤비(Falcon Heavy)’의 발사 모습과도 상당부분 닮아있다.
미시(未時·오후 1~3시)에는 양양부에서 또다른 모습의 UFO가 목격된다. 이번에는 세숫대야 모양의 둥글고 빛나는 물체가 하늘에 등장한다. 이번에는 민가 가까운 곳에 나타난다. 바로 품관(品官)인 김문위의 집 뜰 가운데 처마 아래에서 목격된 것이다.
바로 눈 앞에 나타났으니 UFO에 대한 묘사는 다른 네 곳보다 더 자세하다. 먼저 크기는 한 아름, 길이는 베 반필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모습이다. 물체의 동쪽은 백색이고 중앙은 푸르게 빛났으며, 서쪽은 적색이었다. 그것이 무지개처럼 둥그렇게 도니, 그 모습은 깃발을 만 것 같았다고 쓰고 있다.
이것은 다시 분화해 한 조각은 연기처럼 사라졌고, 다른 한조각은 베로 만든 방석의 형체를 하고 하늘에 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이 실제 벌어진 8월25일의 기록은 없을까. 물론 있다. 오시에 선천군(평안북도에 있는 군)에 꼴(말이나 소에게 먹이는 풀)을 묶어 놓은 것(실록에는 꼴단(芻束·추속)으로 표기)처럼 생긴 불덩어리가 하늘가로 떨어져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쓰여져 있다.(광해군일기 20권, 광해 1년 8월 25일)
이날 강원도 다섯곳, 평안북도 1곳에서 목격된 UFO의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우레소리, 천둥소리, 북소리, 포를 쏘는 소리 등 엄청나게 큰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