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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꿈을 키운 어린 소녀가 할머니가 돼 춘천으로 돌아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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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박수빈 작가 14일까지 춘천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개인전 펼쳐
풍경화부터 인물화 등 작가만의 따스한 시선 담긴 작품 눈길

◇박수빈 작가는 14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

“종이학을 보면 할머니가 생각나요, 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죠.”

지난 12일 춘천미술관 제1 전시실은 박수빈 작가의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가운데서 열정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박 작가의 도슨트 덕에 전시는 한층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가장 먼저 그가 강화에서 사는 당시 그린 백모란을 만났다. 빨리 지고 빨리 피는 탓에 시기를 놓치면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백모란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고귀했다. 접시꽃부터 해바라기 그림도 있었다. 그는 모두 자신이 직접 키우고, 오랜 관찰 끝에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며, 그림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강화에서 살며 만났던 바다와 강원도 곳곳을 다니며 눈에 담은 자연의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박 작가가 러시아 상투 페테스브르크 래핀 아카데미에 유학을 하며 그곳에서 배웠던 인물화 작품은 단연 최고였다. 1분 만에 여성의 몸을 그려낸 크로키 작품부터 50분의 작업 시간과 10분의 휴식시간을 반복하며 그린 누드화도 볼 수 있었다. 전시장 한 편에는 1995년에 그린 ‘모스코 인’ 작품을 디지털 프린팅해 직접 작품의 표면도 만져볼 수도 있어 흥미로웠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종이학을 작품 곳곳에 배치한 작품들이었다. 박 작가도 자신의 작품 중 종이학이 포함된 ‘여인, 학 그 천 년의 기다림’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며, “늘 내 곁에서 나와 함께 호흡하면서 대화를 나눈 작품이기에 가장 아낀다”고 설명했다. 종이학은 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미술가의 꿈을 품은 손녀를 위해 손이 굳으면 안 된다며, 오랜 시간 자신에게 종이학을 건넸다고 한다.

할머니의 노력 덕분에 그는 현재까지도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을 그리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박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 그림으로 꿈을 키웠던 어린 소녀는 이제 화가 할머니가 돼서 내 꿈의 소산인 춘천으로 돌아왔다. 앞으로도 춘천에서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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