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의 아름다움 알리기로 일관한 헌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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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태 강원고미술연합회 지난 12일 별세
15일 발인식 엄수…강원 고미술에 커다란 족적 남겨

◇2021년 강원일보와 인터뷰 당시의 유용태 고문. 사진=강원일보 DB

15일 발인식이 엄수된 고(故) 유용태 강원고미술연합회 고문은 자신이 평생 수집한 고미술품과 각종 사료를 통해 강원의 아름다움과 숨겨진 역사를 알리기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삶으로 일관한 인물이다. 서울 출신인 유고문은 배재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1960년 학사경찰 1기로 경찰에 입문하면서 화천과 철원, 강릉경찰서장 등으로 활동하며 강원특별자치도와 인연을 맺게 된다.

고인은 국내 1세대 고미술품·고전 수집가인 부친 성원 유석조(1905~1987년) 선생이 1973년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춘천시 운교동에 고미술품 상점 황근당(煌瑾堂)의 문을 열게 되면서 부친의 뜻에 따라 고미술 연구에 적극 나서게 된다. 이때부터 ‘공직’에 이은 ‘강원 고미술품’이 이어준 강원자치도와의 두번째 인연을 시작한다.

유고문이 다른 수집가들과 달랐던 점은 자신이 모은 수집품을 되팔아 개인적인 이익을 얻기 보다는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강원 고미술의 이론적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그는 1988년 2월 강원일보가 발행한 잡지 월간태백에 게재한 ‘강원의 민예품’을 시작으로 강원일보 지면에 ‘강원민속품’, ‘유용태의 진귀품 감상’ 등을 싣는 등 무려 21년2개월 동안 253회에 걸쳐 글을 실으며 고미술품이 더 이상 경매의 대상이 아닌 감상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이 스크랩한 강원일보 보도 내용을 펼쳐들고 있는 유용태 고문. 사진=강원일보 DB

특히 국립춘천박물관, 경찰박물관, 춘천교대박물관, 강릉시박물관, 김유정문학촌 등 지역 내 박물관과 문학관 등에 자신이 모은 1만여점의 자료를 무상으로 기부하는 등 공익활동으로 일관하는 삶을 살았다. 이외에도 일본 공병대대 병사들이 경의선 철도를 부설공사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발굴, 제보해 강원일보가 국내 최초로 보도하면서 국내외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하는 등 100점이 넘는 희귀 자료 제공으로 근현대사의 재발견을 통한 지역 언론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예맥고미술회와 강원고미술연합회, 한국고전연구감정위원회 창립을 주도하는 등 강원 고미술계의 기초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한 유고문은 최근까지도 강원의 미(美) 1·2·3권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며 후학들을 위해 강원고미술을 총망라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했다. 춘천라이온스클럽 회장, 이화여대 박물관 자문위원, 김유정문학촌 고문 등을 역임했고, 40여년간 연말이 되면 부인 엄안자씨와 함께 자선냄비의 종을 흔들며 나눔을 실천하는 구세군 정교로도 꾸준한 활동을 펼쳤다.

◇구세군 춘천교회에서 활동 하던 당시의 유용태 고문과 엄안자 부부. 사진=강원일보 DB.

옥조근정훈장, 보국포장, 대통령 표창, 제35회 강원도문화상, 한국신문협회 감사장 등을 수상했으며, 2020년 동곡사회복지재단과 강원일보가 시상하는 동곡상 문화예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순(九旬)을 앞둔 88세의 나이에 동곡상을 수상한 유 고문은 당시 “남은 여생도 강원고미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었다. 그는 수상 이후에도 박수근 화백의 친필 연하장을 공개하는가 하면, 김유정문학촌에서 자신이 기증한 크리스마스 씰로 특별전(이상 2021년)을 열고,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말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헌신하는 삶을 산, 영원한 현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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