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이재명 "공적 개발 추진 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법정서 혐의 전면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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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엔 '묵묵부답'…판사 앞에선 검사에 직접 따지며 적극 항변
檢 "증거인멸 염려" vs 李측 "혐의 부인…증거인멸도 없어" 공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속보=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 기로에 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운명을 건 9시간여의 변론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실에서 법원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7분부터 오후 7시24분까지 총 9시간17분 동안 이어졌다.

특히 이 대표는 장기간 단식으로 몸이 쇠약해진 상태인데도 판단 근거를 제시하라고 직접 따져 묻는 등 검찰 주장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유 부장판사가 혐의와 관련해 궁금증을 표하면 직접 보충 설명을 하고 검찰 주장이 납득되지 않을 때는 근거를 제시하라며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이 주장한 증거인멸과 주요 관계자에 대한 위해 우려도 직접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는 "성남시장이 된 이후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구속 여부에 정치적 명운이 달린 만큼 직접 항변에 나서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날 법원에 출석할 때와 나갈 때 모두 혐의 인정 여부나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 일절 답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심문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는 법정을 떠나며 "(이 대표가) 말씀을 많이, 잘하시더라"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 측 변호인인 박균택 변호사는 이 대표가 많이 힘들어했다며 "재판장 질문에 대해서 간단하게 답하는 정도로 했다. 말을 그렇게 많이 한 편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서는 불꽃 튀는 대결이 벌어졌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김영남(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검사와 '백현동 개발 특혜'를 맡은 최재순(37기) 대전지검 공주지청장을 필두로 정예 수사팀 10여명을 투입했다.

이 대표 측은 수사 과정에서 입회한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과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은 판사 출신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변호사,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38기) 변호사, 이 대표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감사관을 지낸 김희수(29) 변호사, 전석진(16기) 변호사 등 6명이 방어에 나섰다.

검찰 수사 때와 달리 법관의 심증 형성 과정에 이해가 깊은 판사 출신 변호인을 전면에 세워 총력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백현동·대북송금 의혹을 각각 '권력형 지역토착비리'·'국가안보를 위협한 정경유착 범죄'로 규정하고 이 대표가 사건의 정점에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구속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증거인멸 염려' 입증을 위한 각종 증거도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지난 7월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접견해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요구한 당시 녹음 파일을 재판부에 제시해 법정에서 재생했다.

지난 7일 공개된 이 전 부지사의 추가 자필 진술서 작성 배경에도 민주당 인사들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신모씨를 "하위 직원이라 모른다"고 진술하고도, 지난해 11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구속기소) 체포 직후 신씨로부터 이화영 전 부지사 아내와 측근 등의 연락처를 건네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빼돌려 수사 대응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 경기도의 공문서를 두고도 '이 대표 지시로 문건을 빼냈다'는 민주당 대표실 직원의 진술 등도 재판부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영장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심사가 장시간 진행된 만큼 그의 구속 여부는 오늘 밤 12시를 넘겨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영장심사를 마친 이 대표가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대기할 서울구치소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

이날 오후 8시 33분께 이 대표가 탄 검은색 승합차가 서울구치소 입구를 향해 진입하자 구치소 앞 인도에 100m가량 길게 늘어선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 대표의 지지자임을 의미하는 파란 색상의 상의를 입은 이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흔들어 보이며 응원의 뜻을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더민주혁신회의', '시민참여광장', '밭갈이 운동본부' 등 지지단체 회원 250여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다만, 다수는 이 대표의 차량이 지나간 줄 미처 모른 채 한동안 기다리다가 나중에야 차량이 이미 구치소 내부로 들어간 사실을 알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영장심사가 진행 중이던 이날 오후부터 현장에 모여 천막을 설치하고 이 대표 구속 반대 집회를 열었다.

'희망이 이긴다!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 응원의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보복수사 검찰청은 해체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구치소 인근 난간과 가로수에도 '수사 은폐 조작 검찰청 OUT', '이재명을 살려내라'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반면, 이 대표 지지단체들로부터 수십m 떨어진 야외 주차장에 모여있던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소속 회원 30여명은 "이재명 구속"을 거듭 외치며 맞불 집회를 이어 갔다.

이들은 '이재명 구속으로 조용히 살고 싶다'는 현수막을 내건 채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했다.

경찰은 양측 간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재 서울구치소 주변에 경력 13개 중대, 900여명을 배치한 상태이다.

현장에서 한 집회자가 상대방의 마이크를 훼손하거나 유튜버가 한 시민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큰 물리적 충돌이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대표 지지 및 반대 단체들이 집회를 마칠 때까지 안전사고 등에 대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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